드디어, 감격의 첫 똥

22.11.10(목)

by 어깨아빠

일 때문에 부산에 다녀왔다. 아내는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고 했다. 아내의 ‘친구를 만난다’는 내가 집에 있는 게 아닌 이상 ‘자녀와 함께’라는 조건이 붙는다. 자기처럼 자녀가 세 명인 친구 두 명을 만나기로 했다(엄마 세 명에 자녀 아홉이 된다). 공원에서 밥도 먹고 놀 생각이라고 했다. 무사히 지내고 있는지 연락을 해 보지는 못했다.


부산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평소 퇴근 시간과 비슷했다. 마침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는 아직 친구들과 함께 있다고 했다.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함께 있던 친구(K의 아내)의 부모님이 저녁을 사 주신다고 했다. K와 나까지 더해져서 무려 열한 명이 은혜를 입었다.


친구의 부모님이 함께 계셔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힘든 티가 나지는 않았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낸 게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차를 주차하고 내렸는데 마침 건너 편에 엄마들이 있었다. 남편들(나와 K)을 발견한 아내와 친구는 일제히


“아빠다”


하고 소리쳤다. 그런 걸 보면 ‘언제나 쉬운 날은 없다’는 아내의 명언이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도 같다. 공원에서 뭘 하고 놀았냐는 나의 질문에 소윤이와 시윤이는 신이 나서 대답을 했다. 아내의 피로도를 듣지는 못했지만 자녀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듯했다.


밥을 먹고 나서는 가정별로 흩어졌다. K네 가족은 부모님과 카페에 간다고 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아쉬웠는지 ‘어디라도’ 가자고 했다. 어디를 가냐고 되물었더니


“뭐 카페나”


라고 대답했다. 카페에 가면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얘기만 해야 하는데 뭐가 좋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집에 가는 것보다는 낫다”


면서 가자고 했다. 아내와 나도 커피 한 잔이 당기기는 해서 못 이기는 척 카페로 갔다. 대신 집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갔다. 언제든 빠르게 귀가할 수 있도록. 아내는 자녀들을 위해 크로플도 하나 샀다. 크로플 하나 사서 누구 코에 붙이나 싶겠지만 정말 누구 코에 붙이고 말고 할 겨를도 없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졌다. 난 감히 입을 보태기 어려워서 안 먹는다고 했는데 아내가 의무라며 억지로(?) 한 조각을 입에 넣어줬다.


‘그래, 맛있네. 게 눈 감추듯 먹는 게 당연하지’


오래 앉아 있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할 것 없이 온 자녀들과 카페에 오래 앉아 있어 봐야 한 시간이다. 한 삼십 분 앉았나 보다. 시간도 늦고 했으니 아쉬움 없이 일어났다.


서윤이는 처음으로 변기에 똥을 쌌다. 자기 스스로


“똥이 마렵다”


라고 말한 것도 처음이었고, 단 한 톨의 똥도 팬티에 묻히지 않고 온전히 앉은 이후에 시작한 것도 처음이었다. ‘자의로, 시작하기 전에’를 모두 만족시킨 첫 ‘완전한 배변’이었다. 아내는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이제 이 귀찮은 일도 졸업이구나’의 차원이 아니었다. 그간 고생했던 것과 기특함, 대견함, 언제쯤 되려나 싶은 막막함이 모두 어우러진, 아내에게는 나름대로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서윤이도 무척 뿌듯해 했다.


이게 되나 싶은 모든 일이, 결국 ‘때가 되면 다 되네’로 귀결되는 게 육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