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기도회 데이트

22.11.09(수)

by 어깨아빠

세 녀석이 차례대로 일어났다. 아내는 아직 자고 있어서 ‘엄마는 깨우지 말라고 말을 하고 나갈까, 아니면 아예 안방 문을 잠그고 나갈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아내도 깨서 나왔다. 반갑게 인사하고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또 만났다. 수요예배를 드리면서. 집에서 나올 시간쯤 전화를 했는데 마치 막 달리기를 마친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며 받았다. 그만큼 바쁘다는 뜻이었다.


점심도 같이 먹었다. 아이들은 엄마 선생님들(처치홈스쿨)이 밥을 싸 왔고 엄마, 아빠 선생님은 시켜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교회에서 일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먼저 집으로 아니 공원으로 갔다. 이제 간다며 인사를 하러 온 소윤이에게 물었다.


“집으로 가?”

“아니여. 00공원”

“아, 엄마가 가신대?”

“어제 그렇게 약속했어여”


잠시 후 아내가 서윤이와 함께 인사를 하러 왔다.


“공원으로 간다며”

“어”

“소윤이가 어제 약속했다고 확신에 차서 얘기하던데”

“맞아”


억지는 아니지만 의지는 내야 했을 거다. 같이 있던 K의 아내와 자녀들도 함께 갔다고 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도 있었다. 서윤이가 아직 낮잠을 자기 전이었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 차에서 잠들면 공원에서의 시간이 조금이나마 수월해진다. 아내와 아이들은 꽤 오래 놀고 집에 왔다고 했다.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아내가 나에게 소윤이를 대신해 물어봤다.


“여보. 소윤이가 오늘은 엄마랑 둘이 기도회 가고 싶다고 하는데 그래도 되나요?”


그저 기도회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 ‘엄마와 둘이 가는’ 기도회에 가고 싶었을 거다. 소윤이에게 기도회는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고 조금 말을 꺼냈다가 그냥 접었다. ‘데이트 할 수도 있지 뭐’, ‘어디 나쁜 데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교회에 엄마랑 예배 드리러 가겠다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라고 했다.


바로 시윤이가 반응했다. 자기도 가고 싶다는 거였다. 시윤이의 슬픈 혹은 서운한 감정이 깊어지기 전에 바로 분쇄했다.


“시윤아. 오늘은 누나가 먼저 엄마랑 기도회 가고 시윤이는 다음에 가면 되겠지?”


서윤이는 ‘나두 가고 싶은데’ 정도만 말했다. 다행히 시윤이와 서윤이 모두 잘 이해해 줬다. 소윤이는 신이 나서 아내와 나갔다. 시윤이와 서윤이는 베란다로 나가서 멀어지는 엄마와 누나(언니)를 보며 인사를 했다.


“엄마아아아. 누나가 왜 앞자리에 앉았어여어어어어?”


몰라서 묻는 게 아니었다. 서윤이는 언니와 엄마가 사라지자 갑자기 소파로 뛰어가더니 얼굴을 묻고 대성통곡을 했다. 안아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길래 웃기는 전략을 사용했다. 서윤이의 우는 모습을 따라 했다. 이 전략은 먹힐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오늘은 잘 먹혔다. 서윤이는 자기를 따라 우는 내 모습을 보더니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평화로운 밤을 맞이했다.


기도회를 마치고 매우 늦은 시간에 돌아온 소윤이에게 물었다.


“예배 잘 드렸어?”

“잤어여”


많이 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예배 끝날 때 쯤 잠깐 잠든 거라고 했다. 아내도 소윤이도 피곤해 보였다. 데이트가 아닌 건 분명했다. 예전에 둘이 카페에도 가고 산책도 하고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래도 소윤이는 또 엄마와 둘이 가겠냐고 물어보면 펄쩍 뛰면서 좋아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