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에서 남편을 떠올리다

22.11.08(화)

by 어깨아빠

아침에 알람이 울렸을 때 너무 피곤했다. 알람을 끄고 ‘조금 더 잘까’ 고민을 했다. 사실 고민이 시작되면 끝난 거다. 고민과 생각 없이 기계처럼 몸을 튕겨서 일어나야 한다. 아내도 일어났다가 내가 다시 잔다고 하니 함께 누웠다. 기왕 잘 거 엄청 늦게까지 자자는 심정으로 꽉 채운 시간에 알람을 맞췄다. 후회했다. 처음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을 때만 해도 너무 졸려서 바로 잠들 줄 알았는데 계속 잠들기 어려웠다. 억지로 눈을 감고 있기는 했지만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는 기분이었다.


억울해서(?) 애써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누군가 안방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걸음의 소리가 소윤이 아니면 서윤이였다. 몰래 눈을 뜨고 봤더니 서윤이였다. 서윤이는 침대 옆에 서서 아내와 나를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아래쪽(아내와 나의 발이 있는 쪽)으로 가더니 또 멀뚱히 쳐다봤다. 그러다 다시 발길을 돌려 작은 방으로 갔다. 순간 서윤이를 불러서 옆에 눕히거나 내가 바닥으로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지만 나와는 다르게 깊이 잠든 것 같은 아내를 생각해서 꾹 참았다. 눕히는 건 나여도 서윤이가 깨우는 건 아내일 테니.


아내와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가 내가 퇴근할 무렵에 자연드림에 갔다고 했다. 장을 보기도 해야겠지만 어디라도 나가자는 아이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외출이기도 했다. 소윤이가 먼저 올라왔고 그 다음은 시윤이, 마지막으로 서윤이와 아내가 올라왔다. 높지 않은 2층으로 올라오는 아내의 발걸음이 매우 무거워 보였다.


“시윤아. 얼른 올라가”


지칠 대로 지친 목소리였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지치게 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냥 다 그렇지 뭐’라고 대답할 거다. 실제로 아내가 그렇게 자주 대답한다. 그 지친 와중에도 아내는 성실하게 저녁을 준비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한동안 저녁 준비를 안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다시 매일 저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내는 저녁에 교회에 갔다. 교회에 가기 전에 자꾸 뭘 하고 가려고 하길래 그냥 두고 좀 쉬다 가라고 했는데 당연히 멈추지 않고 하던 걸 계속 했다. 자기가 안 하면 내가 할까 봐 그랬겠지? (아니면 내가 안 하면 어차피 자기가 해야 하니까?) 오늘의 핵심 업무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였다. 특히 어제 먹고 버린 생선 찌꺼기가 있어서 더 묵히면 안 됐다. 아내는 밖에 내다 놓기만 하면 되는 상태까지 만들어 놓고 나갔다.


시윤이는 금방 잠들었는데 소윤이와 서윤이가 꽤 늦게 잤다. 방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한참 동안 났다. ‘저러다 자겠지’ 싶어서 그냥 뒀는데 너무 오랫동안 안 자고 장난을 쳤다. 다시 방에 들어갔을 때는 소윤이와 서윤이 모두 1층 침대였다. 놀란 토끼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와중에 곤히 자고 있는 시윤이가 신기했다. 소윤이는 2층으로 올려 보내고 서윤이는 바닥으로 내려 보냈다.


“이제 장난 그만 치고 떠들지 말고 자”


아내는 꽤 늦게 왔다. 거의 마지막까지 있다가 나왔다고 했다. 아내는 자기 전에 갑자기 고백을 했다. 자기가 며칠 전에 일상이 너무 지겹고 지쳐서 ‘다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때 문득 내 생각이 났다는 거다. 남편도 도망치고 싶었을 때가 많았을 텐데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내는 과거의 고마운 마음을 현재로 끌고 와서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뭐지. 기도를 오래 하고 와서 은혜가 충만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