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적중했고, 아내는 다짐했고

22.11.07(월)

by 어깨아빠

아내와 여러 가지를 예상했다. 첫 번째로 시윤이의 감기. 아마도 열이 나면서 제대로 감기 증상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두 번째로 아이들의 짜증. 시윤이를 필두로 피로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짜증과 떼로 아내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내는 아침에 묵상을 하며 어떤 상황에도 자녀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로 하기 위해 애를 쓰겠다는 나눔을 했다.


“예상적중이네”


아내가 보낸 메시지의 알림으로 뜬 미리 보기로 봤다. 예상대로 시윤이가 아픈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일을 정리하고 차분히 아내에게 답장을 했다.


“시윤이?”


아내는 다른 언급 없이 수줍게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아프다는 말이지?”

“아니요. 컨디션은 괜찮고 짜증”


아내는 계속 웃는 이모티콘을 붙였다.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직원의 웃음과 비슷한 느낌의 웃음이었다. 철저하게 나의 입장에서는, 일단 아프지 않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아프지 않은 덕분에 짜증을 낼 힘이 남았던 건 안타까웠지만.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는 소윤이와 시윤이가 아내와 훈육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내는 저녁 준비도 해야 하고 훈육도 해야 하는 분주한 상황이었다. 이미 아내가 하고 있는 훈육을 거들 수는 없으니 저녁 준비를 도왔다. 아내가 올려 놓고 간 생선이 잘 구워지는지 확인하는 게 전부였다.


서윤이는 나에게 애교를 부리며 들러붙었다. 집안에 무거운 분위기나 엄한 분위기가 돌면 여지없이 애교를 부리며 자기 살 길을 찾는다. 오늘처럼 소윤이와 시윤이가 엄숙(?)한 분위기에 있으면 서윤이의 애교도 지혜롭게 받아야 한다. 우리만 지상낙원인 듯한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대체로 잘 안 되는 편이지만.


아내는 임연수를 구웠다. 오랜만에 왼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맡았다. 완성도와 정확도를 따지자면 아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아래였지만 아예 팔을 못 쓸 때는 그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 자기 밥 한 숟가락도 못 뜨고 세 자녀의 입에 생선 살을 넣어주기 바쁜 아내를 보며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모처럼 남편 구실을 했다. 발라낸 살에서 여러 번 가시가 나오긴 했지만 아내가 2차 검수를 통해 안전하게 골라냈다.


일을 하면서 접한 책을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었다. 종이 뒤에서 불빛을 비춰가며 읽는 책이었다. 내용도 그렇고 방법도 그렇고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할 만한 책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읽어줬다. 반응은 좋았다. 옆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찍다가 조는 아내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나머지는 내일 읽자고 할까 싶었지만, 고작 몇 분이라 그대로 강행했다.


저녁에는 교회에 갔다.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기도회에 참석하러 갔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건 꽤 힘든 시간이라 아내와 내가 번갈아서 가기로 했다. 둘 다 엄청 가고 싶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가야지’ 정도의 마음이었다. 아이들이 눕기 전에 인사를 하고 집에서 나왔다. 예배를 마칠 때쯤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힘든 시간이었네. 애들 늦게까지 안 자고 서윤이 또 응가 해서 씻기고 들여보내고 뒤처리 이제 막 끝냄”


서윤이는 내가 나오기 직전에도 똥을 쌌는데 자기 전에 한 번 더 쌌나 보다. 자기 전이라 함은, 자려고 누웠는데 똥을 쌌다는 거다. 말을 안 하고 한참을 있었던 덕분에 작은 방에 냄새가 진동을 하고 서윤이 엉덩이에도 눌러 붙었을 거다. 눌러 붙은 똥을 처리하는 일은 오롯이 아내의 몫이었고.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도 아내는 여전히 집안일 삼매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