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11(주일)
어제 물놀이의 여파는 내가 제일 크게 맞았나 보다. 가장 늦게 일어났다. 어제 물놀이하고 온 짐도 차에 그대로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짐을 가지러 가면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집어 들었다. 차에 있던 짐을 가지고 온 나에게 아내가 물었다.
"여보. 혹시 음식물 쓰레기 버린 거야?"
"응"
"왜 그래?"
"뭘 왜 그래. 하준이를 닮겠다고 했잖아. 이제 틈틈이 버릴 거라니깐"
배우지 않는 인간은 발전이 없다고 했던가. 배우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은 위선이라 했던가.
"여보. 하준이가 화장실 청소는 열심히 안 했으면 좋겠다"
교회에 도착해서 아내가 소윤이를 예배실에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시윤이가 따라가겠다고 했다. 얼떨결에 다 함께 소윤이를 배웅하러 갔는데 시윤이가 예배실 안쪽에 관심을 보였다.
"시윤아. 누나랑 같이 가 볼래?"
"네에"
이전에도 이러다가 막상 들어가라고 하니 못 들어갔다. 오늘은 신발까지 벗길래 들어가려나 싶었는데 역시나 멈칫했다.
"시윤아아. 누나랑 같이 가볼까아아? 괜찮아아. 괜찮아아. 누나라앙 같이 있으면 돼에"
소윤이가 세상에 둘도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시윤이를 설득했다. 쭈뼛거리던 시윤이는 떠밀려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홀린 듯 앞으로 걸어갔다.
"뭐지"
"헐. 이렇게 갑자기?"
혹시라도 엄마를 찾으며 울면 선생님이 우리를 찾으실 수 있도록 어디에 앉아 있겠다고 말씀드렸다. 예배드리며 계속 문 쪽을 살폈지만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예배가 끝날 때까지.
"여보. 시윤이 진짜 잘 드렸나 봐"
"그러게. 신기하네"
어른 예배가 먼저 끝나서 미리 올라가서 기다렸다. 애들 예배도 끝나고 소윤이와 시윤이가 등장했다.
"시윤아"
"암마아. 아빠아"
"시윤이. 예배 잘 드렸어?"
"네에"
한 번도 엄마를 찾지 않았다고 했다. 소윤이도 말을 거들었다.
"아빠. 시윤이가 한 번도 울지도 않고 계속 예배드렸어요"
"진짜? 누나가 있어서 그랬나"
"시윤아. 예배 어떻게 드렸어?"
"이케 이케. 짜냥(찬양) 해떠여엉"
"또?"
"이케 이케. 이도(기도)"
"아, 그랬어? 간식은 뭐 먹었어?"
"음. 나늠 요우트(요구르트) 먹떠여엉"
"아 그랬구나. 맛있었어?"
"네에"
정말 좋았나 보다.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다음 주부터는 자유로운 예배자가 되겠군.(더 많이 졸겠군)
오늘까지 교회 식당이 쉬어서 밖에 나가서 밥을 먹었다. 아내가 시원한 국수를 먹자고 해서 또 국수나무에 갔다. 애들은 주먹밥을 시켜줬고(도대체 일주일에 주먹밥을 몇 번을 먹이는 건지. 미안하다 얘들아) 아내와 나는 매운 소고기 짬뽕밥과 낸 국수를 시켰다. 어제의 피로가 남아 있어서 그런가 짬뽕밥의 얼큰한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내가 제일 배부르게 먹었다.
"여보.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이렇게 속이 풀리는 기분이지?"
내 목장 모임이 없었고 축구하러 갈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하나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려고 했다. 커피는 중간에 사서 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그냥 마시고 가자고 했다. 마침 시윤이도 차에서 잠들었고.
"아빠. 나도 팥빙수 먹고 싶어여"
다른 테이블에서 팥빙수 먹는 걸 보더니 소윤이가 말했다.
"소윤아. 음, 오늘 말고 다음에 와서 먹자"
"왜여?"
"오늘은 아빠랑 엄마가 커피를 꼭 마시고 싶거든"
"네"
"소윤아. 대신 아빠랑 편의점 갔다 오고 이따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서 팥빙수 사서 먹자"
"그러자여"
소윤이를 데리고 가서 아이스크림과 초콜렛을 제외하고 고르라고 했더니 비요뜨를 골랐다. 소량의 초코볼이 있었지만 눈감아 줬다. 시윤이는 불쌍하게도 카페에서 내내 자다가 카시트에 태우니 깼다.
'아까도 차였는데 왜 아직도 차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다행히 나름 잠을 푹 잤는지 기분은 좋아 보였다. 하나로 마트 대신 한살림에 가서 간단히 장을 봤다. 소윤이와 약속했던 팥빙수도 사려고 봤더니 내가 생각한 그 팥빙수는 없고 빠삐코 빙수만 있었다. 제대로 된 팥빙수의 맛은 아니겠지만 소윤이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니까 그걸로 골랐다.
집에 돌아와 잠깐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소윤이와 시윤이는 이미 팥빙수를 다 먹어치웠다. 잠깐 소윤이, 시윤이와 놀다가 축구하러 나왔다.
"소윤아, 시윤아. 엄마 말씀 잘 듣고 이따 보자?"
"네에"
"여보. 갔다 올 게. 힘내"
축구가 끝나고 전화를 했다.
"여보. 애들은?"
"안 그래도 이제 막 누워서 아빠가 언제 오시나 전화해보려고 했어요"
"아 그래? 나 이제 출발했는데"
"그럼 얼마나 걸리지?"
"한 20-30분?"
"알았어요. 그럼 아빠 얼굴만 보고 잘 게요"
소윤이랑 시윤이는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다. 한 명씩 와서 내게 뽀뽀를 했는데 소윤이가 말했다.
"으, 냄새"
"무슨 냄새?"
"아빠 땀 냄새"
"으 냄대(냄새)"
"시윤아 무슨 냄새?"
"아빠 땀 냄대"
아내가 방 문을 닫지 말라길래 열어두고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아내가 금방 재우고 나올 줄 알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지고 갑자기 아내가 자리를 박차고 씩씩대며 나왔다.
"이렇게 안 잘 거면 너네끼리 자. 알았어?"
"왜? 안 자?"
"몰라. 왜 안 자"
"소윤이도?"
"어. 계속 바스락거리고"
뭐 시윤이야 낮잠을 잤으니까 그렇다 쳐도 소윤이는 엄청 피곤했을 텐데. 이때가 기회다 싶었다. 내가 방에 들어갔다. 시윤이는 손가락을 열심히 빨고 있었다.
"소윤아, 시윤아. 오늘은 너네끼리 자는 거야. 알았지?"
"시더어엉"
"시윤이 반말하지 마세요"
"시더여어어엉"
"어 오늘은 엄마가 안 들어오실 거야. 엄마가 계속 너희 잘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 엄마가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도 너희가 자꾸 장난치고 그랬지? 그래서 기회가 사라진 거야. 오늘은 엄마 안 들어오니까 너네끼리 자. 알았지?"
"시더여어엉"
"시윤이는 손 빼고"
"으아아아아아앙. 엄마 안아 줘어어어어"
"시윤아. 오늘은 아무리 울어도 엄마 안 들어오셔. 우는 건 괜찮지만 신경질 내고 소리 지르면 아빠랑 저기 방에 가서 얘기할 거예요"
"아빠아. 엄마 안아여"
"오늘은 안 돼. 오늘은 소윤이랑 시윤이 둘이 자"
시윤이도 상황 파악이 됐는지 더 울음을 키우지는 않았다. 소윤이는 나와 시윤이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눈을 꼭 감고 누워 있었다. 자는 건 아니었다.
"소윤이도 아빠 말 들었지?"
"네에"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문을 닫고 나오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대기하지 말고 그냥 여보 할 거 해"
"저대로 잘까?"
"지들이 자야지 어쩌겠어. 나와도 오늘은 안 된다고 할 거니까"
잠시 후 소윤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빠아"
"어, 소윤아. 왜?"
"시윤이가 콘센트 만져여"
"시윤아. 콘센트 만지지 않아여. 그거 위험한 거야. 자리로 돌아가"
"네에"
"시윤이 돌아다니지 말고 자리에 누워서 자려고 노력하세요. 알았어요?"
"네에"
"소윤아. 위험한 거 알려줘서 고마워"
"네에"
오늘 밤은 그렇게 종료됐다.
"여보. 시윤이는 좋아할지도 몰라"
"왜?"
"마음껏 손가락 빨 수 있어서"
"그런가. 여보 그런데 너무 좋다"
"뭐가?"
"애들 재우는 데 힘 안 써서"
"그치?"
말복이라길래 생일 때 받은 기프티콘으로 치킨을 한 마리 시켰다. 얘들아. 엄마, 아빠 매일 이러려고 너네 악착같이 재우는 거 아니야. 다 너네 건강 위해서 그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