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20(화)
태명도 지었겠다 소윤이와 시윤이게도 롬이의 존재를 알리기로 했다. 그냥 말로 알리는 것보다 아주 간단하게라도 뭔가 의식(?)을 치르면 좋을 것 같았다. 자기 전에 [롬이야 반가워 ♥] 라고 B4 용지에 글씨를 써서 거실 벽에 붙였다.
가장 먼저 일어난 소윤이가 거실에 나가더니 다시 들어와서는 나에게 왔다.
"아빠. 이리 와 봐여. 잠깐 나와 봐여"
모르는 척하고 따라나섰다.
"아빠. 저게 뭐에여?"
"소윤이 읽을 수 있어?"
"름이야?"
"아, 소윤아. 엄마 뱃속에 아기가 생겼어. 소윤이, 시윤이 동생"
"진짜에여?"
"어. 정말이야. 아기 이름이 '롬이'야"
"롬이?"
"어. 샬롬이라는 말이 평안하다는 뜻인데 항상 평안하게 있으라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어. 그런데 아직은 엄청 작아. 손톱 정도?"
소윤이는 씨익 웃었다.
"소윤이는 어때? 동생 생기니까?"
"좋아여"
"진짜?"
"네"
"왜?"
"그냥여"
시윤이에게도 같은 설명을 해줬다. 그러고 나서 집 앞 편의점에 갔다. 혹시 자그마한 케이크가 있을까 싶어서 갔는데 다행히 딱 적당한 게 있었다. 초를 하나 꽂고 노래를 불렀다.
"아빠. 무슨 노래 불러여?"
"임신 축하합니다. 임신 축하합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
아이들에게도 알렸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기로 했다. 사실 소윤이가 안 이상 비밀유지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양가 부모님, 친한 친구들, 지인들에게 알렸다. 부모님들은 당연히 걱정과 우려가 앞선 축하를, 내 친구들도 축하보다는 걱정과 염려를 보내왔다. '롬이'의 존재보다 '셋째'의 등장에 더 초점을 맞췄다. 하긴 그러고 보니 나도 '셋째가 생겼다'라고 전하긴 했네.
소윤아, 이런 면에서 넌 정말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첫사랑을 누린 거야. 넌 뱃속에서부터 이미 엄청난 사랑과 관심'만'을 받아 왔거든. 그러니 동생들에게 자꾸 양보한다고, 챙겨야 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 소윤이는 새 생명을 향한 원초적인 사랑과 축복을 잔뜩 받았으니까.
다들 진심으로 걱정이 되기도 할 테고, 또 연민과 우려도 진심일 테지만 온전한 축하가 그리웠다. 물론 일단 내 마음부터 그게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근심이 가득 담긴 무거운 축하만 받다 보니 오히려 더 착잡해졌다.
빈말이라도 걱정과 근심은 빼고 오로지 축하와 축복의 메시지만 전해줄 사람을 찾았다. 울산에서 다니던 교회의 담임 목사님, 그 교회의 부목사님(우리가 신혼일 때 담당이셨던), 처치홈스쿨 리더 선교사님. 이렇게 세 분에게 카톡을 보냈다. 다 나보다 어른이니까 정중하게, 또 나의 심경을 일일이 알릴 수는 없지만 아주 간략하게나마 전하면서.
역시.
나의 바람대로 한 분은 언제나처럼 정말 멋진 문장과 축복의 말로. 또 한 분은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투박하지만 담백한 축하 메시지로, 나머지 한 분은 마음이 가득 담긴 진심 어린 축하와 격려의 성경 말씀으로 답장을 해주셨다. 내 욕망이 해갈됐다.
그리고 형님네(아내 오빠) 부부에게도 저녁에 영상통화하면서 소윤이가 소식을 전했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엄청 유쾌하고 즐겁게 반응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아직 육아의 고난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야 하나 보다.
아무튼 롬이야.
이제 너의 존재가 점점 알려지고 있다. 모두가 환호하며 박수만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 신경 쓰지 마. 다 진짜 걱정돼서 그러는 거기도 하고, 어쩌면 영혼 없는 축하보다 걱정이 더 진심일지도 몰라. 또 아무렴 어떠니. 엄마, 아빠, 너의 언니, 오빠(혹은 누나, 형)가 기뻐하면 그걸로 된 거지. 너의 언니(혹은 누나)는 무지 좋아하더라. 나중에 자기에게 닥칠 시련도 분명히 있을 텐데 말이야. 네 오빠(혹은 형)는 아직 뭐가 뭔지 모르는 것 같고. 아직은 다들 '롬이'의 등장이 기쁘기 보다 '셋째'를 가진 엄마, 아빠가 더 걱정되나 봐. 조금 서글플 수는 있어도 조금만 참아라. 다들 그러는데 또 셋째는 셋째라서 누리는 특권이 많이 있더라고. 굳세어라 롬이야. 아프지 말고. 잘 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