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습니다

19.08.31(토)

by 어깨아빠

세 번째인데도 떨리긴 마찬가지다. 잘 있는지, 잘 크는지, 문제는 없는지. 심한 입덧의 유일한 장점은 롬이가 잘 살아있다는 걸 짐작 가능하다는 거다. 병원에 가는 건 그걸 가장 확실하게 확인하는 거고.


병원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시윤이 낳았던 곳으로 정했다. 대신 선생님은 바꿨다. 시윤이 때는 브이백 전문 선생님이 한 분밖에 없어서 그분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맘카페에 추천이 많은 여자 선생님을 택했다. 단점은 예약이 너무 많아서 예약을 해도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게 기본이라는 거. 다행히 오늘은 제일 먼저 들어가는 행운을 누렸다.


롬이는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었다. 비록 1cm 밖에 안 되지만 주수에 맞는 크기였고, 손과 발도 보였다. 선생님이 설명해주시지 않았으면 몰랐을 테지만. 우렁찬 심장 소리도 들었다. 1cm, 그러니까 내 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생명체에 손과 발도 있고 심장도 있다니. 그 작디작은 존재를 마주하는 게 벌써 세 번째(꿈이까지 하면 네 번째)지만 언제나 신비롭다. 창조의 섭리를 경외하지 않을 수 없고, 감히 교만할 수 없다.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젊은 연예인 부부가 둘째를 임신해서 산부인과에 갔는데 쌍둥이였다. 그걸 보면서


'혹시 롬이가 쌍둥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럼 이름을 바꿔야 하나. 샬이 롬이로?'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롬이야, 반갑다. 강지훈 아빠라고 해. 엄마는 잘 알 테고, 여기는 너의 언니(누나) 강소윤, 여기는 너의 오빠(형) 강시윤.


역시 예상한 대로 소윤이는 조금 더 진지하게 롬이를 대했고, 시윤이는 아직 롬이한테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처음 접하는 광경 자체가 신기한 듯했다.


"소윤아. 엄청 신기하지? 소윤이 손가락보다도 작은데 거기 심장도 있고 손이랑 발도 있대. 아까 심장 소리 들었지?"

"네. 엄청 크더라여"

"그러니까. 우리 소윤이랑 시윤이도 그렇게 작았었어. 그런데 이렇게 큰 거야. 진짜 신기하지 않아?"

"엄마랑 아빠도여?"

"그럼. 엄마랑 아빠도 그랬지"


오히려 난생처음이었던 소윤이 때보다 더 벅차고 감격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뭐가 뭔지 모를 때였고. 지금은 소윤이와 시윤이를 통해 그 뒤의 과정을 알게 돼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셋째라서 그런가. 시윤이 때는 소윤이 키우느라 정신없었던 것 같고. 여러모로 우리 시윤이가 많이 불쌍하네?


아무튼 롬이야. 건강하게 잘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요즘은 문득문득 니 생각이 많이 난다. 아직 어떤 형체(?)가 없고 또 오늘 처음 봤으니 니 모습이 떠오르는 건 아니고 그냥 너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잘 있는지, 딸일지 아들일지, 나는 어떤 아빠가 돼야 하는지, 넌 우리 집에서 어떤 존재일지. 뭐 이런 것들. 일단 지금은 다른 거 없어. 무조건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그거면 된다. 니 엄마는 니 덕분에 요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니 언니(누나)때만큼은 아니어도 간만에 정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아빠는 옆에서 말하는 병풍 노릇을 하고 있단다. 아빠가 개입할 수 없어. 온전히 너와 엄마 사이의 일이거든. 아빠의 상상이지만 너의 팔과 다리가 생기는 고통을 대신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 이제 어엿한 팔, 다리 보유자니까 조금 잠잠해져도 되지 않겠니? 아, 아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니. 일단 아프지만 마. 갑자기 떠나지도 말고.


니네 엄마 생일에 또 오래.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