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하게 본 롬이

19.12.02(월)

by 어깨아빠

오늘은 정밀 초음파로 롬이를 봤다. 평소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손가락, 발가락은 몇 개인지, 뇌는 정상인지, 고관절은 정상인지, 각종 장기는 잘 있는지, 인중은 정상인지 등을 관찰했다.


소윤이는 오랫동안 아프고 난 뒤라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는지 평소보다 더 롬이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애틋했다. 아플 때도 빨리 롬이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하더니 초음파도 엄청 집중해서 자세히 봤다. 아내와 나처럼 감탄하면서. 시윤이도 다른 날에 비하면 훨씬 더 얌전히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정말 다행히도 롬이는 아직 아프거나 부족한 부분 없이 건강히, 무사히 잘 자라고 있다. 벌써 세 번째 (꾸미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니까 처음처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초음파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는 미세하게 긴장이 된다. 늘 상상하고 예습한다. 불의의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그러다 보면 그저 건강하게, 딱딱 맞게 무사히 크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롬이는 물론이고 아내의 양수, 태반의 위치, 자궁벽의 두께 이런 것도 아주 좋다고 하셨다.


아내는 기침이 엄청 심하다. 낮에도 수시로 기침을 하지만 특히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발작에 가까운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 기침하느라 거의 한 시간을 못 자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단 병원에서는 폐렴이나 천식 소견은 아니라고 하긴 했다. 애들처럼 콧물이 가득 차서 그게 기침을 유발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만성 천식 환자인 아내는 늘 불안해한다.


벤토린(기관지 확장제)을 흡입해도 되는지를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지만 애매한 대답을 들었다. 안 쓰는 게 좋긴 하겠지만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면 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내는 식탁에 앉아 제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나서 내게 브리핑을 해줬다.


약의 안전성이 완벽하게 검증된 바 없으므로 약을 사용하여 증세를 완화시키는 것이 복용의 부작용을 상회할 때만 사용하라.(참아서 나빠지는 것보다 부작용을 감수하고 쓰더라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될 때) 고용량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는 뱃속의 생명에게 부작용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발견한 연구가 있다.(부작용의 원인이 해당 약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러 변수 중 하나였던 연구가 있다는 말이다.)


대략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안전을 증명한 연구 결과도, 그렇다고 위험성을 명백히 입증한 연구 결과도 없지만 완전히 연관이 없다고도 볼 수 없으니 스스로 판단하여 사용하라.


아내는 그걸 보고 어떻게 쓰겠냐고 했다. 아내가 말하기를 폐를 뚫고 들어가는 미세한 입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궁벽도 뚫고 롬이에게 가지 않겠냐는 거였다. 아내는 참을 것 같다. 기침 때문에 힘들어서 잠을 못 자고, 눈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기침을 하더라도 당장 숨이 멎을 것 같은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참을 듯하다.


롬이야. 엄마는 입덧도 끝나고 배도 적당히 불러서 임신의 황금기를 보내야 하지만 기침 때문에 무척 힘겨워 하고 있어. 엄마가 기침하면 니가 사는 그 집도 순간적으로 좁아지는 거 아니니? 아닌가?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넌 아무 탈 없이 척척 크고 있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엄마는 오늘 의사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하더라.


"혹시 머리카락은 많은지 안 많은지 모르죠?"


너의 언니, 오빠 모두 대머리 시절이 길었거든. 그래서 머리가 수북한 갓난 아기를 품어보는 것이 너의 엄마의 작은 소망이야. 아빠는 니가 딸인 걸 확인하고 나서는 정말 거의 모든 걸 내려놨거든. 대머리든 아니든, 쌍꺼풀이 있든 없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딸이라는데, 거기에 건강하기까지 하다는데.


소윤이 언니는 요새 이런 말을 자주 해.


"아빠. 이거 나중에 롬이 태어나면 집 꾸미는데 쓸까여?"

"아빠. 이거 롬이 태어날 때까지 잘 가지고 있다가 파티할 때 써야겠다여"


니가 처음 집에 오는 날, 환영의 파티를 열어주기로 했거든. 그게 너무너무 기대되나 봐. 정확히는 롬이 너를 집에 데리고 오는 게 너무 좋은가 봐. 사실 말이야 아빠도 그래. 빨리 너의 실물을 보고 싶더라. 니 할머니들도 그렇고. 처음 니 소식을 듣고 주변에 전했을 때 환영보다 걱정이 앞서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네?


여러모로 근심과 불안, 걱정과 친구하기 좋은 아빠, 우리 집의 상황이지만 니 이름처럼 너로 인해 찾아올 평안을 기대하고 있어. 엄마는 이미 너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고 조금 지나면 아빠나 언니, 오빠도 너의 발길질을 보고, 느낄 수 있겠지? 얼마 전에 니 엄마가 얘기를 해줬는데 너의 몸에 이미 난소와 자궁도 다 만들어지고 심지어는 수십 년 뒤에 너의 자녀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무언가(정확히 생각이 안 나지만)도 이미 만들어졌다고 하더라. 360g 짜리 그 작은 몸에 말이야. 엄마, 아빠를 통해 만들어지긴 했어도 너의 존재를 통해 계획된 신비로운 일이 없을 수가 없겠지.


아빠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왜 너를 보내셨을까, 왜 지금 보내셨을까.


다음번에 만날 때는 2020년이겠네. 지금처럼 잘 크고, 내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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