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이양 반가워

19.10.07(월)

by 어깨아빠

40일 만이었다. 롬이를 만난 게. 아내의 사라지지 않는 입덧으로 보아 잘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다.


"성별은 아직 모르겠지?"

"그러지 않을까"


보통 15주 정도는 돼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롬이는 이제 13주니까 좀 더 있어야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기는 했다. 성별이야 존재 당시부터 정해지는 거니까 자세만 좋으면(?) 얼마든 확인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빠. 오늘 롬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있어여?"

"아마 아닐 거야. 다음에 왔을 때 알 거 같은데"


다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처음에는 똑같이 관심을 보이다가 이내 차이를 보였다. 소윤이는 훨씬 초음파 화면에 눈을 오래 뒀고, 시윤이는 금방 거뒀다. 글쎄, 모르겠다. 시윤이가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얘는 아직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에 반해 소윤이는 좀 더 애정과 관심이 깊었다.


"음, 머리 크기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구요. 키도 정상이네요. 한 7cm 되네요. 목둘레도 정상이고, 코 뼈도 정상이네요. 염색체에 이상 있으면 보통 목둘레랑 코 뼈에 이상이 있는데 그런 건 안 보이죠? 여기 등뼈도 보이구요. 이게 손가락이에요"


초음파 검사는 언제나 떨린다. 소윤이 때나 시윤이 때나 롬이 때나 단 한 번도 떨리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는 말이 들려야 평정심을 되찾는다. 선생님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셨다. 아내에게 입모양으로 얘기했다.


"(성별. 성별. 물어봐)"


"아, 아직 성별은 모르죠?"

"어, 아니요. 자세만 잘 잡으면 다 보이죠. 자, 기침 한 번 해보실래요?"


아내가 기침을 했더니 자세를 바꿨다. 그러고는 막 움직였다. 태아는 봐도 봐도 신기하다. 거기 그렇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그게 나와서 소윤이처럼 크는 것도.


"어, 이게 밑에서 보는 건데, 음. 안 보이죠?"

"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음, 자 여기 뭐가 안 보이는 거 같네요"


"그럼 딸인 건가요?"

"어, 물론 아직 확실한 건 아니고 다음에 왔을 때 봐야 더 확실하긴 하겠지만"


선생님은 뭔가 확실하게 딸이다 아니다를 말씀해 주시지는 않았다. 짐작건대 어쨌든 성별을 알려주는 걸 금지(맞는지는 모르겠다.)하고 있으니 그러시는 거지, 맞는 것 같았다.


소리 내지 않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리며 아내를 향해 포효했다.


"(오예)"


진료를 마치고 아내가 휴대폰으로 13주쯤 된 다른 태아 사진을 보여줬다. 남자아이는 확연히 달랐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확실하게 무언가가 보였다.


"소윤아. 소윤이는 언니가 될 거래"

"시윤아. 너는 오빠래"

"여보. 나도 막내딸 소유자가 되었다. 오예"


아내는 자기는 아들이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면서 그렇게 좋냐고 물었다.


"응. 완전 좋아"


라고 대답했다. 요즘 애들 말로 '찐'으로 좋았다.


롬이야. 다행이다. 건강히 잘 크고 있다고 하니. 역시 니가 딸이어서 엄마를 그렇게 힘들게 했구나. 옛 어른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고 하더니 입덧이 심하면 딸이라는 게 증명됐구나. 많은 지인들이 꾼 남자아이를 상징하는 것만 같은 꿈(용, 고래 등)이 아니라 딸 쌍둥이를 낳는 너의 엄마의 꿈이 찐이었구나.


고맙다. 아빠 생각에는 여러모로 그게 좋아.


소윤이 언니에게도 같은 성의 여동생이 있는 게 좋고. 시윤이 오빠는 왠지 형은 안 어울려. 그러니까 자기도 요새 맨날 오빠라고 그러잖아. 그리고 아빠도 이제 아들은 하나 키워봤으니까 더는 뭐 굳이 뭐. 그래. 그렇다고 니 오빠가 뭐 별로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니 오빠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이미 확보했어. 다만 굳이 그게 둘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거지.


널 만나고 먹은 돈까스가 유독 맛있었단다.


반갑다. 막내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