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7(수)
아주 이른 새벽에 거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시계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직 어두컴컴한 걸로 봐서 엄청 이른 시간인 건 분명했다. 아내와 서윤이는 방에 없었다.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서윤이 울음소리였다.
'수유하고 잠을 안 자나'
라고 생각하고 다시 잠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다시 눈이 떠졌다. 아까랑 비슷한 풍경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방이 조금 더 환해졌다는 정도. 여전히 거실에서 서윤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지금은 몇 시인지 궁금했다. 아직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였지만 아내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지금 아내의 모습이 어떨지, 어떤 심정일지.
벌떡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서윤이는 소파에 누워 울고 있었고 아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소파에 몸을 기대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누가 보면 꼭 우는 모습이었는데, 아마 실제로 울었을 거다. 잠결에도 그려지던 딱 그 모습이었다. 표정도 마찬가지였고.
"여보. 서윤이 내가 재울게. 여보도 누워서 좀 자"
아내는 이미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별말 없이, 부모를 잃은 자식의 표정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시계를 봤더니 4시 50분. 아내는 몇 시부터 깨서 이 생고생을 한 걸까. 서윤이를 안고 잠시 거실을 왔다 갔다 거닐었다. 서윤이는 금방 졸린 눈을 했다. 아내도 아마 이 단계까지는 수월했을 거다. 그 뒤가 문제였겠지. 난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했다. 서윤이를 눕힐 생각도, 더 잘 생각도 없었다. 어떻게든 아내의 수면 시간을 더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서윤이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 막 어둠이 걷히는 어두운 거실에서 서윤이와 눈이 마주쳤다. 자기를 안아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듯 빤히 쳐다봤다. 웃는 것도 아니고 날 알아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 아무것도 아닌 눈빛에 모든 게 잊혔다. 지금이 몇 시인지, 얘가 도대체 안 자고 왜 이러는지, 난 오늘 어떻게 해야 할지. 자려고 누운 지 4시간 만에 깨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건데도 웃음이 나왔다. 소윤이와 서윤이가 봤으면 서운했을지도 모르겠다.
서윤이가 눈을 감은 걸 보고 나도 눈을 감았다. 당연히 서윤이를 안고 소파에 앉은 그대로였다. 알람이 울리기까지는 1시간, 집에서 나가기까지는 2시간이 남았을 때였다. 눈만 감고 있었던 거 같다. 정신이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잔 건 분명히 아니었다. 알람 소리가 울리자마자 알람을 끄고 서윤이를 봤다.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소파에 내려놓고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서윤이는 내가 집에서 나가야 할 시간까지도 자고 있었다. 고민을 했다. 그대로 소파에 눕혀 놓고 나갈지 방에 있는 아기 침대에 눕힐지. 고민의 핵심은 당연히 '옮기다가 깨면 어떻게 하나'였다. 그렇다고 거실에 두고 나가자니 불안했고. 아기 침대에 눕히기로 결심하고 그대로 방에 눕혔다.
부디 안 깨고 조금이라도 더 자기를 바라며 출근하는 게 나의 역할이었다. 침대에 눕히니 불에 닿은 오징어처럼 몸을 꼬긴 했다. 부리나케 문을 닫고 나와서 그 뒤는 보지 못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으니 그러고 나서 오래 자지는 않았다고 했다. 역시 자는 아기에게 최고의 적은 소음도 배고픔도 아닌 이동이다.
새벽부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아내는 매 순간을 열심히 살고 있다며 카톡으로 일상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피곤을 느낄 틈이 없도록 열심히 살고 있음]
아내는 애 셋을 데리고 일찌감치 밖에도 나갔다 오고, 들어와서는 목욕도 시키고(서윤이까지), 집도 깨끗하게 치우고, 나 퇴근하기 전에 애들 저녁도 다 먹여 놓고. 내 저녁도 차려주고.
[오늘 새벽에 서윤이 안고 있는데 졸리긴 했지만 너무 예뻤음]
[난 새벽에 서윤이 안 예뻤는데]
서윤아. 이래서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는 거란다. 엄마, 아빠 오늘도 열심히 살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