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리더란 가려진 참모를 말한다. 즉 리더와 함께 전면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뒤에서 묵묵히 리더를 도와 조직의 성공과 리더의 성공을 지원하는 참모이다. 다시 말해 리더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참모의 숨은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참모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블라인드 리더는 궁극적으로 리더와 함께 성공의 결과를 얻기 위해 리더를 보좌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참모 자신이 생각하는 일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리더에게 전달하여 리더가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리더를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참모를 말한다.
사실 조직의 성공은 리더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요즘같이 분업화되어 있는 조직에서 리더와 그를 도우는 참모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리더와 참모는 악어와 악어새, 또는 유비가 자신과 제갈량을 일컬어 말한 수어지교(水魚之交)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이런 긴말한 사이임에도 이들은 항상 협력과 경쟁, 신뢰와 의심, 화합과 갈등의 구조 속에 있었다.
그것은 권력의 속성 탓이 아닐까 싶다.
권력이란 상하 관계가 존재하며, 그것을 누군가와 나눠 갖는 것은 리더로서는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리더에게 토사구팽(兎死拘烹) 당하는 참모가 있기도 하며, 또한 참모에 의해 리더가 쫓겨나는 일도 역사 속에서 우리는 많이 봐 왔다. 물론 서로 협력하며 끝까지 함께 아름다운 관계를 지속한 경우도 있다.
모두가 리더가 되고 싶지만 모두가 리더는 될 수 없다. 그것은 리더의 자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바로 좋은 참모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참모란 무엇인가? 조직과 리더를 성공의 자리에 올려놓는 것이며, 참모 또한 리더와 함께 그 영광의 자리를 함께 누리는 것이다.
과거 왕들에게는 수많은 신하들이 있었다. 그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충신과 간신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충신은 말 그대로 사사로운 욕심이 없고, 왕과 나라를 위해 직언을 하며 헌신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간신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고 왕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여 왕의 눈과 귀를 멀게 함으로써 결국 나라의 존망까지도 위태롭게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양신(良臣)이라 불리는 신하가 있었다.
“신하를 충신으로 만들지 말고 양신이 되게 하여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말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말로 당태종의 참모 위징이 모함에서 풀려난 후 한 말이다.
그럼 여기서 양신이란 뭘까?
양신이란 백성들로부터 임금도 좋은 현군이란 칭송을 듣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좋은 명성을 얻게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좋은 참모를 의미한다.
충신은 임금을 위해 헌신하긴 하지만 때론 임금의 노여움과 죄를 뒤집어써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죽은 사람은 후세에 충신으로 명성을 얻지만, 그의 가족은 멸문지화의 화를 당하였고, 임금은 그런 충신을 못 알아봐서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결국 충신은, 자신은 명성을 얻을지 몰라도 자신의 가족들과 임금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충신은 되기 쉬워도 어진 신하는 되기 힘든 것이다.
간신보다 되기 어려운 게 충신이라고 하지만 충신보다 더 되기 힘든 게 바로 양신인 것이다. 즉, 충신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임금에게 우직스럽게 충성을 받치는 마음이 있으면 될 수 있지만, 어진 신하는 임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바로 모시는 지혜와, 백성들이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세상을 다스리는 지혜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어진 신하는 자신이 물러날 때를 알고 떠날 줄 알아야 한다.
노자가 말한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란 말이 있다. 즉, 공을 이루고 나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말이다. 토사구팽의 사례처럼 자신이 해야할 일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며, 권력의 위험성에 대해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이 바로 중용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대통령 탄핵사태도 대통령 한사람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기 보다는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앞으로 리더와 참모간의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리더와 참모간의 관계를 파악해 보고 조직에서 참모로써 양신으로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을 함께 고민해 보자.
PS : 양신이 되기 위해 참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조직에서 자신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