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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06. 2021

경기 유랑 의정부 편 3-2 (의정부 제일시장)

의정부와 부대찌개

의정부는 예전부터 서울에서 함흥을 비롯한 관북지방으로 가는 경흥대로의 출발점에 자리해상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문객들이 의정부지역을 거쳐갔었다. 특히 노원지역을 벗어나자마자 도봉산역 주변 지역은 예전에 다락원이라 불리며 한양으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에 있으면서 수많은 주점들이 자리했다. 다락원을 지나면 지금은 돼지갈비로 유명한 장수원이 나오고 곧이어 지금의 의정부역 부근에는 의정부점이라고 불리는 주막거리도 있었다고 한다. 다락원엔 지금으로 치면 호텔 같은 고급 숙박 시설이 있었다고 한다면 의정부점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술집, 여관 등이 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일제시대에 들어와서 의정부점 부근에 의정부역이 생기게 되고 의정부역 부근에 사람들이 몰리며 다락원과 장수원의 뒤를 이어 큰 장터가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1978년에 경기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활성화 평가에서 전국의 1500여 개 시장 중 도내 1위 전국 3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지자체와 전통시장 관계자들이 밴치마킹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600개의 점포가 출입구를 기준으로 가, 나, 다, 라 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구획별로 다양한 제화는 물론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시장에 갈 때마다 예전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졸래졸래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시장의 물건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떡볶이, 순대, 치킨 등 다양한 먹거리를 사 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시간이 지나고 대형마트의 편리함에 기대어 시장과 우리 일상은 점점 멀어져만 갔지만, 이제 전통시장들은 천편일률적인 대형마트와 달리 지역마다 다양한 특색과 개성으로 새롭게 무장해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평일에 방문했는데도 거리는 벌써 수많은 차로 뒤엉켜 주차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을 정도로 이 시장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매대의 상인의 손짓과 목소리는 벌써부터 우렁차니 의정부 제일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생겨났었다. 의정부 제일시장은 규모도 크지만 아케이드 형식으로 만들어져 비가 오는 악천후에도 부담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으며 재화의 종류마다 구획별로 모여있어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가 있다.

시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대형마트 하고는 다른 재미와 수많은 볼거리를 눈에 담으며 천천히 둘러본다. 시장마다 명물이 있는데 특히 의정부 제일시장은 명물이 정말 많다. 특히 통닭골목에 가면 초벌 된 통닭을 바로 튀겨서 담아주니 그 고소한 맛이 더욱 바삭하게 느껴지고, 시장 한복판에 있는 곰보 냉면은 무려 40년 이상된 의정부의 대표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기 제일시장의 가장 명물은 떡볶이 골목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간식으로 잡은 떡볶이가 여기 골목에 가면 수십 개의 매대가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경쟁적으로 팔고 있으며 어딜 가든 그 맛과 인심이 훌륭하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유명한 가게는 1988년에 오픈한 호돌이네 가게라고 한다. 길쭉한 떡볶이가 아니라 일명 컵떡볶이라 불리는 자그마한 크기로 썰어져 나와 편하게 떡볶이를 먹을 수 있으며 매콤하고 쫄깃한 맛은 어릴 적 하교할 때 먹었던 떡볶이 맛의 향수를 일으키는 정겨움이 느껴지게 한다. 제일시장의 열기를 뒤로 한 채 의정부 여행도 슬슬 마무리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동안 의정부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관을 버리게 되었고, 역시 가보기 전까지 함부로 줏대를 가지고 판단하는 자세가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앞으로 가게 될 수많은 도시를 살펴보며 도시마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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