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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05. 2021

경기 유랑 의정부 편 3-1 (오뎅 식당)

의정부와 부대찌개

이번에는 의정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인 부대찌개와 경기 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인 의정부 제일시장 등이 있는 구시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의정부 하면 부대찌개가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로 그 음식의 입지는 확고하다. 부대찌개란 음식은 의정부의 미군부대 앞 작은 식당에서 시작했고, 한때 모호한 정체성으로 인해 천박 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현재는 의정부를 넘어 한국요리의 대표 주자로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시작은 6.25 전란 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 상호 방호 조약으로 미군부대가 국내에 주둔한 이후 미군부대 주위에 있던 굶주렸던 사람들이 주한미군 부대에서 햄, 베이컨, 소시지 등을 얻곤 했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가공류 햄들을 김치를 가져와 솥뚜껑에 함께 볶아 먹은 것이 부대찌개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미군부대 주위에서 특히 부대찌개 집들이 번성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 격이 의정부와 송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부대찌개 하면 의정부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306 보충대로 수도권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입대하며 의정부의 부대찌개 이미지가 고착화되었다. 특히 의정부 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부대찌개를 최초로 개발한 오뎅 식당을 비롯 수많은 부대찌개 집들이 몰려있는 거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식당마다 거대한 주차장과 부대찌개와 관련된 벽화를 그려놓으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지만 음식의 맛을 떠나 부대찌개의 기원을 찾으러 원조인 오뎅 식당으로 가게 되었다. 허영만 화백의 작품인 <식객>을 비롯 수요 미식회 등 수많은 대중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대표적인 식당이지만 최근에 평이 갈린다고 한다. 그 맛이 어떤가 싶어 부대찌개 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식당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갔다.

가게의 규모는 여전히 작고 아담한 그런 가게였다. 물론 주변에 신관도 있고, 김포공항에 있는 분점에서 먹어보기도 했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대찌개가 나왔고, 음식이 익는 동안 가게 주변을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오래되고 명성이 있는 식당인 만큼 유명인들과 찍은 사진과 어묵 식당 관련기사들이 벽면을 빽빽하게 수놓고 있었다. 차근차근 살펴보다가 부대찌개가 만들어진 인터뷰 기사에 어느덧 눈이 가게 되었다. 부대찌개는 처음부터 찌개의 형태는 아니었고 단순히 소시지와 김치를 넣고 볶던 부대볶음의 형태였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러다가 88 올림픽 즈음에 부대찌개를 바뀌어 장사가 더욱 잘되었다고 하고, 아무래도 음성적으로 미군부대에서 햄과 스팸을 들여와야 했기에 경찰서에 틈만 나면 불러갔다고 하니 부대찌개라는 음식이 참 파란만장했구나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찌개는 펄펄 끓고 있었고, 조심스럽게 숟가락으로 첫 국물을 떠먹어 봤다. “ 어? 생각보다 심심한데” 기존 부대찌개와 달리 베이크드 빈이 들어가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맛이 덜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먹다 보니 그 심심한 맛이 더욱 깔끔해 거부감 없이 쭉 먹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전통을 최대한 지키려다 보니 음식이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지만 아마 부대찌개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오뎅 식당을 나와 부대찌개 거리의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동명의 가게들도 여기저기 보이고, 부대찌개의 테마를 살린 벽화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옛날 거리의 정취가 살아있어 더욱 정겨웠다. 여기서 조금 걸어가면 의정부를 비롯 경기북부 일대에서 제일 큰 시장이 나온다.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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