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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04. 2021

경기 유랑 의정부 편 2-3 (카페 아를)

미술의 도시 의정부

수락산과 도봉산 사이의 좁은 골짜기에 자리한 의정부는 서울에서 접근하기 쉬운 명산이 많은 덕분에 등산로 주위에 아웃도어 매장과 등산객들을 위한 카페를 찾기 쉽다. 아름다운 산자락 밑에서 지금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의정부에도 수도권에 있는 수많은 카페처럼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살롱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장소가 많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인 고흐를 주인공으로 삼고, 찬란했던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도시인 프로방스의 아를을 테마로 삼은 장소가 의정부에 있다. 마치 유럽의 거리를 거닐며 광장 한복판에 앉아 커피 한잔 하면서 고흐의 예술세계를 잠시 떠올려 보기도 하고, 사진도 아름답게 찍으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수락산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카페 아를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카페는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이커리를 비롯한 음료를 주문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그 음료를 가지고 가서 아를의 거리를 재현한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마치 아를의 한 복판이라 해도 위화감이 없는 외관에 비해 레스토랑의 내부는 평범했고, 맛도 특별하진 않았지만 커피를 들고 카페 구역으로 들어가자마자 모던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동양의 느낌을 살린 전구들과 대나무로 만든 의자가 놓여있고, 벽면에는 고흐의 작품과 흰색으로 세련미를 극대화시켜 아늑한 느낌과 함께 갤러리에 온 것 같았다.

모던한 카페의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원색의 색상을 재현한 아를의 거리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다가온다. 마치 분수가 흘려 나올 것 같은 광장을 중심으로 테이블과 건물들이 유럽의 양식을 띄고 있다. 특히 고흐가 아를 시절에 자주 이용했다고 하는 카페의 건물이 정말 인상적이다. <밤의 카페테라스> 작품처럼 원색의 노란색을 띠고 테이블의 배치도 그림처럼 완벽한 형태를 띠고 있어 고흐가 있었던 아를에 가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그렸던 아를의 카페는 원래 노란색이 아니었지만, 후에 고흐의 흔적을 찾아 아를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원조 아를의 카페 조차 노란색으로 벽면을 칠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고흐의 인기가 유난히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흐의 순탄치 않은 인생이 주는 울림도 있지만, 특유의 색감과 질감과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며 직관적으로 가져다주는 메시지 때문이 아닌가 한다.

거의 1년 동안 하늘길이 막힌 덕택에 여행이 가져다주는 소중함이 절실하게 다가왔었다.  이곳 카페 아를에서 고흐가 살던 시대의 프로방스 지방 아를의 감성을 100프로 채워간다. 그동안 의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관과 오해를 예술을 테마로 하는 여행을 하며 새로운 면모를 많이 배워간다. 도시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이제 의정부의 다른 이야기를 찾아 함께 떠나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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