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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03. 2021

경기 유랑 의정부 편 2-2(백영수 미술관)

미술의 도시 의정부

미술 도서관을 나와 예술 도시 의정부를 좀 더 파악하기 위해 도봉산 자락 오래된 주택 사이에 있는 백영수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사방이 주택으로 둘러싸여 있어 도저히 미술관이 있을만한 장소라 생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른 미술관들과 달리 백영수 작가가 살던 집을 미술관으로 만들었기에 그의 작품과 함께 살던 흔적을 함께 엿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크기에 전원주택의 형식을 갖추었으며 하얀 바탕의 외관은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백영수 작가가 살던 집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수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도슨트가 직접 따라붙어 설명하는 하우스 뮤지엄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사무실 겸 매표소로 들어가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전시실에 있는 백영수 작가의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했다. 백영수 화백은 김환기, 이중섭 등과 같이 신사실파를 결성했던 멤버 중 한 명으로 70년대 프랑스 전시를 시작으로 30년간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오랜 타향 생활 동안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간절해서 도봉산을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의 자리에 미리 땅을 구입한 후 2011년이 되어서야 귀국했다.
 
귀국한 후에도 작품에 대한 열정은 계속되었고, 2018년에 백영수 미술관을 의정부시 최초로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백영수 화가는 미술관이 개관한 지 얼마 안 되어 작고하셨지만 그의 집과 작품은 영구히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전시실에 전시되는 작품의 주제는 두 달 간격으로 바뀌는데, 마침 백영수 드로잉전이 열리고 있어 그의 원초적인 작품의 세계를 좀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다.

파리 유학시절 ‘이케아’라는 가구점에 메모용으로 쓰이던 몽당연필을 잔뜩 집어 들어 작은 종이에 그의 생각이나 영감을 마음껏 펼쳐놓았다. 그의 작품은 작고 추상적이었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고향의 기억들이 잘 녹아들어 가 있었다.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을 상상하며 작품의 세계에 푹 빠졌었다. 도슨트의 안내를 따라 전시실 밖을 나와 그가 실제로 작업했던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다.

미술관 앞에 자그마한 규모의 정원이 있는데 화려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가 조각한 성모자상을 볼 수 있다. 그의 일생동안 성모자상을 상당히 많이 그리기도 했지만 조각으로 만든 성모자상은 좀 더 원초적이고 정갈하다. 드디어 그의 작업실로 들어간다. 먼저 그가 신앙생활을 했었던 경당을 접하게 되는데 그의 사진을 중심으로 그가 사용했던 물건이 전시되어 있던 게 특이했다. 한 가지 특별했던 점은 그가 사용했던 의자라 할 수 있는데, 겉보기에는 딱딱하고 평범한 의자지만 그가 직접 몸의 구조를 생각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직접 앉아보니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의 벤치처럼 정말 편안하고 아늑했다.

마지막으로 발걸음은 그가 직접 작업했던, 아뜰리에까지 이어졌다. 백영수 작가가 프랑스 활동 중에도 틈만 나면 이 장소를 방문했고, 귀국 후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던 공간이다. 화백의 숨결이 남아있는 이 공간을 화백이 살아생전 즐겨 쓴 유품과 캔버스, 물감, 붓 등이 충실히 재현되어 있다. 특히 초콜릿 봉지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 있는데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그의 손길을 거치면 그 자체로 귀한 물건으로 바뀐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하우스 뮤지엄을 의정부에서 보게 되어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의정부에는 예술과 관련된 다른 명소도 많기에 우리 집처럼 편안했던 백영수 미술관과 작별을 고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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