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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02. 2021

경기 유랑 의정부 편 2-1 (의정부 미술 도서관)

미술의 도시 의정부


새로운 장소를 가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다. 익숙하지만 낯선 의정부라는 도시에서 어떤 점을 발견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맑은 날씨처럼 도시의 이미지가 좋아졌으면 한다. 의정부는 조선시대 행정관청의 명칭 의정부(議政府)에서 유래되어 각 관공서에 물자를 공급하도록 정해진 지방의 둔전(屯田)들 중 의정부의 예산을 담당하던 의정부 둔(意情埠屯)이 지역의 명칭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야사에는 태종이 재위하던 1403년 태조 이성계가 함흥차사를 끝내고, 지금의 의정부 호원동인 전좌 마을에 머물렀을 때 대신들이 찾아와 국정을 논의했다고 해서 대신들의 모임인 의정부를 빗대어 명칭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전자가 맞지 않나 생각한다.

그동안 부대찌개와 306 보충대로 인해 군사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던 의정부인데 과연 예술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입대했었던 날처럼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사패산 터널을 지나 10년 만에 다시 의정부에 입성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그 사이에 의정부의 시가지는 점점 외곽으로 뻗어나가 어느새 306 보충대가 있던 장소까지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고, 우중충 했던 시가지는 새롭고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민락동 일대에 있는 신시가지를 지나가며 그동안 가졌던 선입관이 점점 무너져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송산사지 공원을 지나 멀리서부터 독특한 건축물이 눈에 띈다. 미래지향적인 느낌에 조각품 같은 건축이 눈 앞에 서있었다. 드디어 의정부 미술 도서관에 도착한 것이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도서관을 품은 미술관, 미술관을 품은 도서관”이란 문구는 이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드라마나 각종 홍보물에 소개되어 있던 1층의 아트 그라운드로 들어오니 1층부터 3층까지 막히는 것 없이 뚫려 있었고, 벽면이 전부 유리창으로 덮여있다. 바깥에 있는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채광이 되고, 실내가 훤하게 되면서 빛으로 인한 공간이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다. 예술특화 도서관이라 다른 도서관에서 쉽게 찾아보지 못한 희귀 도서가 많지만 공간의 매력에 푹 빠져 사진 찍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1층은 아트 그라운드 구역으로 주로 건축, 회화, 디자인 관련 서적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공간이다. 화집들이 많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편이고, 다양한 공간들을 활용할 수 있어 발길이 닿는 장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전체 구조가 통 구조로 되어있어, 1층에서 밑을 올려다보거나 2,3층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나도 어느덧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대강 읽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갔다.

이대로 계속 있을 순 없어, 회전 모양의 계단을 오르고 올라 2층으로 갔다. 원형으로 이동하는 계단이라 신선했지만 올라가면서 밑을 내려다보니 마치 가우디의 건축물처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2층은 제너럴 그라운드라 하는데, 주로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소파나 놀이시설들을 활용해 어린아이들한테 지루할 수 있는 독서를 재밌게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3층은 다목적 홀로 쓰이면서 역량 있는 신진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오픈 스튜디오와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존이 함께 위치해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장소가 아니라 소통하는 예술센터로서의 의지가 보인다. 건축물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의정부뿐만 아니라 예술 관련 작가, 아티스트 등 수많은 사람들의 성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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