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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02. 2021

경기 유랑 의정부 편 1

경기북부의 터줏대감

인생을 살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 나이를 먹어갈수록 몇 년만 젊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시점에 멈추게 된다면 과거로 돌아가던 시계태엽이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나의 그 순간은 군 복무를 했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입대 그 당시가 아닐까 한다. 306 보충대 나의 군생활이 시작된 장소......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사회의 첫발을 딛게 만들었던 장소라 할 수 있다.

입대 당일 아버지의 차를 타고 인천에서 출발해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를 따라 창밖으로 보이던 풍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북한산의 거대한 돌산들을 보며 앞으로의 고난과 역경들을 걱정했고, 기나긴 사패산 터널만큼이나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나의 긴 군생활을 예측하며 어느새 보충대로 도착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부대 앞에서 먹은 갈비탕은 원래 맛이 없는 건지, 맛을 볼 여유가 없던 건지 마치 고무를 씹은 것만 같았다.

보충대의 넓은 운동장에서 수락산을 바라보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집합을 알리는 방송이 스피커 밖으로 요란하게 울리자마자 아버지와의 포웅을 마지막으로 2년간의 길고 긴 군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보충대가 없어졌지만 나에게 의정부는 아직도 어색한 친구처럼 대화를 선뜻 걸기 민망한 존재다.

제대 후 대학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음에도, 가끔 스쳐 지나가는 도시였지 무언가를 하거나 보기 위해 왔던 도시는 아니었다. 의정부의 이미지는 기껏해야 부대찌개 밖에 떠오르지 않으며 굳이 왜 와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날 우연찮은 기회에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인기 드라마를 보며 보통 도서관이라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게 되었다. 건축물 내부배경이 특히 아름다워 찾아보니 의정부에 있는 미술 전문도서관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게 발단이 되어 의정부에 다른 장소도 있는지 찾아보았다.

의정부는 내 예상과 달리 괜찮은 미술관도 있었으며, 고흐가 있던 시절의 아를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카페도 있었다. 그리고 경기 북부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도 위치해 결코 만만히 볼만한 도시는 아닌 것이다. 양옆에 수락산과 도봉산을 끼고 있는 의정부는 시가지의 크기는 작을지 몰라도 그 도시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의정부라는 어색한 친구에게 말을 한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의정부와 새로운 추억을 한번 만들어 가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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