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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31. 2020

경기 유랑 부천 편 2-3 최종(아트 벙커 B39)

복사골에 피는 꽃

부천은 서울의 위성도시로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되고, 좁은 면적에 아파트는 물론 주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부속시설까지 속속 들어오면서 그것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점점 심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부천 시내 여기저기 있던 일명 혐오시설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어느덧 폐쇄를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논의 결과 도심지에 있던 쓰레기 소각장과 발전소등은 시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문을 닫게 되었다.

기동이 중단된 삼정동에 있던 폐기물 처리시설, 일명 쓰레기 소각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1995년 가동을 시작하였고,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해서 처리하던 소각장은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들의 환경운동으로 2010년 가동을 멈추고 폐쇄되었다. 4년 동안 흉물처럼 방치되다가 2014년 문화관광부와 부천시가 합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18년 복합예술공간 부천 아트 벙커 B39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독특한 공간과 쓰레기를 태우고 처리하던 기계들의 공정과정 그것을 다루던 사람들의 풍경과 움직임에 영감을 얻어 기술과 문화 인간 그리고 예술을 담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양하고 거대한 공간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저마다의 이상과 메시지를 잔뜩 뿜어내는 것이다.

얼핏 보면 발전소 같은 건물을 돌고 돌아 주차장에 내리고 나면 굴뚝을 갖추고 있는 거대한 공장의 위용을 접할 수 있다. 공장의 문을 열면 태권브이가 당장 뛰어나와 적을 무찌를 기세였다. 순간 여기가 아트센터가 맞는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맞은편 공원에 폐품들을 활용한 타악기들이 이곳저곳 설치되어 직접 악기를 다뤄보는 경험을 하며 즐길 수 있다. 긴장감은 풀리고 용기를 내어 입구로 들어가 보았다.

입구에는 의외로 카페가 들어와 있었다. 소각장 건물 자체가 크고 배관이 훤히 들어다 보이는 구조라 인테리어를 특별히 하지 않아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 그 자체로 좋았지만 우선 소각장이 어떻게 탈바꿈했는지 호기심이 동했다. 도슨트의 도움을 얻어 쓰레기 소각로를 따라 설치되어 있는 현대 예술품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수십 톤의 쓰레기가 담기던 공간은 미디어 아트로 변모해 다른 미술관에서도 보지 못한 색다른 광경에 빠져들게 되고, 특히 쓰레기 저장고 위로 설치된 두 개의 돛단배가 끊임없이 움직이며 태엽을 감는 소리가 마치 둘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공장 매연이 나오던 장소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오브제가 되어 현대문명에 대한 위기를 적절히 표현하는 예술작품으로 변모하고, 중앙 제어장치 자체가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를 연상시키는 전시품으로 바뀌니 장소가 주는 신선함이 바로 이런 거 구나 다시금 알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단순히 서울과 인천 사이에 속해 있던 자그마한 부천이 점점 도시의 정체성을 갖추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모습이 무척 기대가 되었다. 앞으로 좀 더 특색을 만들어 진정안 판타지아 부천이 되는 날을 기원하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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