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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11. 2021

경기 유랑 시흥 편 1

시흥시에는 시흥이 없다

경기도는 현재 서울을 넘어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지자체가 되었다. 그런 만큼 가장 많은 시와 군을 가지고 있고,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신도시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10년 뒤에는 어떤 도시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도시들을 하나 둘 탐방하다 보니 특히 경기도의 도시 역사가 우여곡절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근대화, 산업화를 이루면서 서울의 경계가 확장하면서 주변 도시들을 흡수하는데 특히 경기도의 양주시와 시흥의 주요 지역들이 대부분 서울의 행정구역으로 속하게 되었다.

이번에 소개하게 될 시흥은 경기도 시흥시 일대를 일컫는 말이지만 본래 중심지는 서울 영등포 금천구 시흥동 일대였다고 한다. 현재 시흥 향교터와 정조가 수원으로 참배 갈 때 머물렀던 시흥행궁 등 주요 유적이 서울의 시흥동에 있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작 현재 시흥은 인천, 안산 등에 속하다가 1914년 시흥에 편입되었고, 시흥 군청은 시흥동과 영등포 일대에 있었다고 한다.

시흥은 한때 서울의 남부 지역(영등포, 금천, 구로, 동작, 관악)과 과천, 안양, 의왕, 안산, 광명까지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넓이를 자랑했지만 영등포 일대가 서울로 편입되면서 시흥의 아픈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시흥 군청은 안양으로 욺 기게 되었지만 안양이 시로 승격하게 되면서 시흥은 동서로 분단되었고 주변 읍들이 하나둘씩 시흥에서 빠져나가며 시흥군은 해체 수순을 밟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나마 남은 소래면, 군자면, 수암면 일대가 시흥시로 승격되면서 현재의 시흥시로 바뀌게 되었으니 도시의 이름이나마 명맥을 유지해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흥의 이미지를 떠올려 볼 때 시화공단과 매립지 이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기도 하고 도시의 중심지도 부천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일명 은신대(은행, 신천, 대야동)와 안산시와 동반 개발된 배곧신도시, 정왕, 월곶동의 시화지구 시 중앙부의 시흥시청 주변 등으로 각기 흩어져 있기 때문에 뚜렷한 아이덴티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기껏해야 4호선의 종점 오이도 밖에 모르던 나였지만 시흥은 생태관광도시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경기도에서 가장 훌륭한 생태공원과 조선시대부터 조성된 거대한 연꽃 연못을 볼 수 있는 장소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새롭게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시흥의 도시 속으로 한번 떠나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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