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칼과 성채의 나라, 일본 전국시대의 시작
" 왜 하필 일본이죠?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심도 가지지 않는 전국시대를 다룹니까? "
" 차라리 한국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메이지유신이나 태평양전쟁시기가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 일본에 관해서는 예민하기 때문에 조심할게 많지 "
내가 경기별곡 다음 프로젝트로 일본전국시대를 결심했을 때 주변의 많은 지인분들의 의견은 하나같이 걱정과 충고로 만류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나조차도 자칫 잘못하면 문장 하나로 인해 숱한 오해와 논쟁들로 가득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해진다. 게다가 이 분야는 은근히 깊게 파고들어 간 분들도 많아 필자의 부족한 내공이 바닥날까 염려도 되고, 앞으로 넘어가야 할 산도 험난하다. 도서관이나 서점을 방문해 보면 시대별로 수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중국사에 비해 일본사는 대부분 메이지유신 또는 근대사, 현대사만 다룰 뿐 그 이전의 시기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가들 가운데 우리는 여전히 일본을 꺼려하고, 증오하기만 할 뿐 그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는 것도 터부시 된 듯싶다.
학창 시절, 학교에서 집으로 귀가할 때마다 항상 들리는 서점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동네에 위치한 서점치고는 꽤 규모가 커서 동네서점 치고 다양한 책들을 찾아보는 것이 가능했다. 학생 주머니 사정상 웬만한 책을 살 수가 없어서 몇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죽치고 본 적도 더러 있다. 그때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 있었으니 솔 출판사에서 나온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책이었다. 혹자는 <대망>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같은 내용이고 총 32권으로 출판된 이 책은 필자에게 도전해야 할 그 대상이었다. 이전부터 <삼국지>에 빠져있던 나로서 일본판 군웅할거 시대인 전국시대는 그때부터 가슴에 와닿았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일본은 성과 이름도 낯설었지만 신분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변했으며 관직과 일본의 독특한 체계들이 익숙지 않았기에 장벽이 다소 높았다.
하지만 진한 남자들과 대의명분이 가득한 <삼국지>의 세계와 차이가 있었다. 인간의 감정의 미묘한 변화와 질투, 분노등이 사뭇 현대의 인간상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와 어느 순간 겹치는 변곡점이 온다. 그것이 바로 임진왜란이다. 일본에서는 임진왜란을 다루는 책마다 가볍게 지나가지만 동아시아 역사에서 이 시대를 기준으로 많은 것이 변화하는 중요한 기점이었다. 중, 한, 일 모두 임진왜란을 거치면 왕조가 바뀌고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임진왜란을 이순신, 권율 장군 등의 활약상에서 벗어나 다면적으로 살펴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오사카, 도쿄, 구마모토, 히로시마 등 일본의 주요 도시 대부분이 전국시대를 전후로 하여 조성된 성하촌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따지고 보면 메이지유신도 넓은 의미로 살펴보면 세키가하라전투의 서 군이었던 조슈번과 사쓰마번의 복수전이 아닌가? 그 현장등을 일일이 밟아가며 필자만의 시각으로 전국시대와 임진왜란 나아가 메이지유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군상과 사건들에 대해 알아가 보고 한, 일간의 얽히고설킨 애증의 관계들을 하나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보만리의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