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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24. 2020

경기 유랑 고양 편 1 (플레이그라운드)

한강에서 북한산을 바라보다.

김포에 사는 나의 직장은 강 건너 일산신도시에 위치해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통행료 1200원을 내고 일산대교를 건너면 거대한 규모의 킨텍스를 비롯해 그 주변으로 들어서고 있는 값비싼 주상복합 아파트와 MBC, EBS, JTBC 등 여러 방송사가 위치해 있고, 백화점과 쇼핑몰 등 많은 상업시설이 성행하면서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이 아니지만 신도시의 세련된 분위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일산 사람들은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매일 일산 호수공원에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아름다운 공원 한 바퀴를 돌 수도 있고, 대학병원에서 진료도 받고, 세련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일산신도시는 고양시의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로만 존재할 뿐이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일산 신도시 입구에 쓰인 “여기서부터 고양시입니다.” 폴사인은 마치 자식을 버리고 갔다가 자식이 잘되자마자 그 권리를 주장하는 부모 같아 뭔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이 보였다. 실제로 일산신도시에 사는 동료에게 어디 사냐고 물어보면 일산이라는 답이 먼저 나올 만큼 일산 사람들에게 고양이란 이미지는 무척 희미하다.

굳이 덕양구의 고양지역과 일산구의 고양을 함께 묶어가야 하나 고민이 무척 들었다. 서삼릉, 서오릉, 행주산성과 벽제관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적 명소가 많은 덕양구 지역과 신도시의 새련된 도심지인 일산 동, 서구 지역은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장고 끝에 나는 직장동료의 추천을 받아 일산에서 자유로를 타고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브루어리에 같이 방문하기로 했다.

직장동료 중  내가 여행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어, 많은 고민상담을 들어주던 m은 고양과 일산을 어떻게 엮어야 하는 고민을 듣고는 “일단 마시러 가자” 한마디만 하고 다짜고짜 나를 차에 태우고는 자유로 휴게소에서 빠져나와 논, 밭 한가운데 있는 브루어리에 데리고 온 것이다.

“운민씨 여기가 맥주를 직접 만드는 브루어리 야 안에 식당도 있지, 여기서 한잔 하다 보면 다 생각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플레이그라운드라고 적혀 있네? 대낮부터 술이야?” “일단 마셔보자고 고양이니 일산이니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고 말이야” 맥주펍이라고 하기엔 주위는 무척 황량했고, 맥주를 실은 트럭과 여기저기 보이는 맥주 탱크는 레스토랑의 느낌보단 맥주공장 한복판에 온 것 같은 강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한쪽에 위치한 다양한 종류의 맥주 탭(tap)들과 hip 한 벽화들은 가지고 있던 약간의 걱정거리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했고, 중화풍 위주로 구성된 안주들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라 앞으로의 기대감을 충만하게 해 주었다. “형 여기선 어떤 걸 마셔야 해?” “당연히 플레이그라운드에선 에일 맥주지 종류가 많으니까 알아서 시켜봐” 에일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시킬지 고민이었지만, 매운 중화풍 안주에는 달달한 체리 위트 에일이 어울릴 것 같아 주문했고, 안주는 수제버거와 치즈로 만든 칩으로 대낮부터 시원하게 맥주를 목구멍 깊숙이 들여 마셨다. 시원한 맥주가 나의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면서 전기처럼 짜릿한 기운이 올라온다. 맥주 하곤 다소 낯선 수제버거와 중화풍 요리의 궁합이지만 그래도 같이 먹으니 묘하게 어울린다.

“고양 편 이제 취재 다니는 거야? 고양 알면 알수록 참 좋은 동네라는 걸 느껴질 거야 누리길도 다녀보고, 자전거 타면서 다니기가 참 좋거든” “형 아직 감은 잘 안 오지만 뭐 다니다 보면 고양이란 도시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맥주가 한잔 두 잔 들어가면서 몸이 점점 후덥지근해진다. 바람을 잠시 쐬러 밖으로 나가본다. 가을 하늘이 정말 높고 푸르다. 한편에선 오늘도 장엄한 한강이 자유로와 나란히 달리고 있고, 비교적 근거리에 기운이 범상치 않은 산이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바로 북한산이다. 북한산의 장엄한 돌산은 일산신도시 벽지에서도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이다. 아마 고양이란 공통점은 여기서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 수제버거와 맥주의 조합처럼 새로운 궁합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북한산 골짜기 옆에 위치한 고양시의 유래가 된 지역부터 출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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