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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Nov 15. 2020

경기 유랑 고양 편 6(애니골. 최종)

굿바이 고양

이제 행주산성도 돌아봤고, 사실상 고양의 볼거리는 모두 훑어본 셈인데, 이대로 고양 여행을 끝나기엔 너무 아쉽고, 마침 배도 출출하고 해서 식사도 하고 풍경도 좋은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여운을 느껴 보려고 한다. 행주산성 근처는 한강이 지나가는 자전거길의 주요 지점이고 서울에서 나들이를 오기에도 멀지도 않은 장소라 행주산성 주위로 거대한 먹거리 타운이 형성되어 일명 방송에도 많이 나오는 맛집들이 몰려있다.

특히 잔치국수는 먹기 부담이 없고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에게도 잠시 들려 출출한 배를 빨리 채울 수 있어서 유명한 집이 많은데, 굳이 잔치국수로 그 여정의 마무리를 짓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일산신도시 밤가시마을 경의선 철로 건너편에 애니골이라는 유명한 먹거리촌이 있어서 식사도 하고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면서 고양 여행의 기나긴 여행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경의선 기찻길의 중간 지점에 있어서 여행객들이 오고 가면서 하나둘씩 식당이 생겨나게 되고 그로 인해 거대한 먹거리 촌이 생긴 애니골은 지금도 고양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는 장소로 쓰이고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집은 참 숯불 오리 구이로 유명한 가나안 덕이다. 식당 하나가 아니라 그 주변을 외식타운으로 구성해서 갈빗집, 장어마을, 오리 갈비, 오리 진흙구이집도 생기면서 가나안 덕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가나안 덕이 만든 외식타운에서 요리도 즐기고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정말 잘 구성되었다.

가나안 덕으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은행나무와 연못 등 조경이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고, 사진 포인트도 충실하게 있어서 굳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멋진 산책로였다. 하지만 배는 고프니까 참 숯불 오리구이를 먹기 시작했다. 보통 한 마리를 시키면 둘이 먹을 만큼 적당했다. 로스로 많이 먹는다곤 하는데 숯불구이로 먹으니까 이것도 상당한 별미라 여겨질 만큼 맛이 괜찮았다. 그걸로 배가 안차더라도 괜찮다. 우리에겐 후식으로 나오는 오리 죽이 있으니까.

배를 배부르게 채우고 산책길을 따라 조금씩 걷다 보면 가나안 덕에서 운영하는 cafe 뒤뜰이 나온다. 여기도 숨겨진 명소라 할 만큼 연못이 크게 조성되어 있지만 중요한 건 안에 신발을 벗고 방 같은 구조로 되어있어서 가까운 사람들과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의 명물은 오렌지와 오미자를 섞은 오오쥬스, 호두도 같이 주는데 생각 외로 둘이 어울렸다.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면서 고양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 확실히 일산과 덕양구 쪽은 시가지가 단절되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직접 돌아보니 세월이 지나면서 비슷한 점이 많아지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일산이란 명칭은 점점 옅어져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산도 고양처럼 밤가시 초가 같은 전통 명소가 있고 덕양구 쪽도 로데오타운 등 현대적인 도시의 느낌을 갖추고 있다. 따지고 보면 고양이란 명칭 자체는 북한산 자락의 고양동이니까 두 지역 전부 고양이란 한 범주로 묶이기엔 충분한다고 본다. 고양의 매력은 전통과 현대를 한 번에 볼 수 있고, 공원과 북한산과 한강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긴 여행의 여정이 하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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