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민 Nov 12. 2020

경기 유랑 고양 편 5-2  (행주산성)

행주산성과 고양

행주산성 일대에는 성당 말고도 권율의 위패를 배향한 행주서원도 있고, 얼마전까지 철책에 갇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최근에 행주산성 역사공원으로 재 탄생한 옛 행주나루터도 보이고 이 주위 일대 괜찮은 카페도 많아 진한 커피향이 내 코로 스며드는 악마의 유혹의 손길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지만 성모님의 은총을 받고 이번만은 산성으로 바로 떠날 것 이다.

각종 유혹을 벗어나서 드디어 산성 입구에 도착했다. 역시 역사적 향기가 진한 장소 답게 거대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어느덧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나를 잘 왔다고 환영의 인사를 건내는 듯했다. 행주산성은 산성이라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성벽, 즉 돌로 쌓은 석성이 아니라 토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성을 답사하는 느낌보다는 산책비슷한 산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산성입구를 수놓는 고목들이 잘 어우러져 가벼운 느낌으로 등산아닌 등산을 시작했다.

행주산성은 왠만한 사람도 잘 알만한 행주치마가 유래되기도 하고 한산도 대첩, 진주 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승전지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전쟁을 이끌었던 권율이란 장수에 대해 더욱 흥미가 있다. 권율은 늦은 나이인 46세에 비로서 문과에 급제했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라도 광주목사로 임명하면서 뒤늦게 그의 삶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호남지방을 확보하려는 왜군을 상대로 호남으로 가는 길목인 충청도에서 전북으로 넘어가는 이치고개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치전투는 임진왜란 당시 패배하던 조선군이 육지에서 크게 승리한 전투다.

이 승리 이후 1만명의 군사를 모집해 오산의 독산성 전투에서 승리 했고 한양 수복을 위해 행주산성까지 진격하게 된다. 명나라군이 고양의 벽제관 전투에서 패배해 권율은 행주산성에서 고립된 처지로 내몰렸지만 왜군 3만명을 상대로 의병,승군 심지어 여성들도 합세하여 조선 첨단무기인 신기전등을 사용해 결국 큰 승리를 하였고, 이후 조선의 전군을 지휘하는 도원수의 지휘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늦은 나이에 출사하고, 문과에 급제했지만 무인으로 전환해서 큰 성공을 거둔 권율 장군 대기만성의 귀감이라 할 수 있다.

권율 장군처럼 나도 뒷 늦게 꽃이 피길 기원하며 산을 계속 오른다. 어느새 시야가 확 트이며 거대한 한강은 장구한 자태를 뽐내며 흐르고 있고, 자유로에서는 수많은 차량의 행렬이 거북이처럼 줄을 서며 천천히 움직인다. 자유로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행주대첩비가 하염없이 높이 솟아 있지만 왠지 어울리진 않는다. 그래도 좋은 경치와 함께 역사적의미도 되새기게 되니 고양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딱 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배도 슬슬 고프고 내려면서 고양여행의 정리를 해볼까 한다.

작가의 이전글 경기 유랑 고양 편 5-1 (행주성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