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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Nov 11. 2020

경기 유랑 고양 편 5-1 (행주성당)

행주산성과 고양

자유로를 타고 서울로 넘어가기 직전 산너머 정상엔 기다란 비석이 우뚝 서 있다. 출 퇴근 시간대 언제나 막히는 구간 중 하나라 음악으로도 무료한 시간을 이겨내지 못한 경우엔 난 항상 저 산의 비석을 바라보며 많은 상상을 하곤 했었다. 물론 이 장소가 임진왜란의 3대 대첩중 하나인 행주대첩의 그 장소 행주산성이란 사실은 늘 인지하고 있었지만 겉으로 보이기엔 단지 볼품없는 평범한 흙산 같아 보였고, 정작 행주산성에 오거나 하면 이 지역이 먹거리 촌으로 유명한 지역이라 나 같은 유랑객 말고도 라이더나 행춘객들의 발목을 잡는 맛집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늘 발목을 잡혀 시간을 다보내곤 했다.

이번 고양 탐방의 경우도 비슷하게 흘러가서 행주산성의 애매한 위치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어쩌면 쉽게 오갈 수 있다는 함정에 빠져 더욱 오기 힘든 명소 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꼭 산성 정상에 올라 저 비석 앞에서 한강을 내려다 보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행주산성 근처엔 먹거리 촌 말고도 우리의 눈길을 잡아두는 명소가 또 있으니........

행주대교를 건너자 마자 바로 행주산성의 이정표를 발견하는데, 그 명소 이외에 행주성당이란 장소도 같이 병기되어 있어 의외의 명소를 찾은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겸사겸사 골목길을 따라 언덕위로 올라갔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딱히 다른 성당과 큰 차이가 없어보여 실망을 조금 할 뻔 했는데, 갑자기 시야가 뻥 뜷리며 옆에 한옥으로 길게 들어서 있는 건물이 나타난다. 여기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행주성당이다.

행주성당은 명동성당, 약현성당 다음으로 수도권지역에서 오래된 천주교 성당으로 1910년에 처음 지어졌다가 1928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세워졌으며 1949년 다시 한번 증축하고 2015년의 옛모습을 되찾고자 다시 복원했다. 강화도 지역에도 한옥성당이 더러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성공회 소속이고, 약간의 변형을 하긴 했는데 입구의 십자가 모양만 아니면 일반 한옥집이라 착각할 정도 였다. 입구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고 조심스럽게 안을 둘러본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예상보다 소박한 분위기 지만 그런 분위기로 인해 더욱 경건해 지는 느낌이다.

성당을 나오면 한강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고, 로마교황청에서 행주성당을 성지로 지정하면서 만들어진 마리아의 동굴등 소소한 볼거리도 함께 둘러다 보면서 성당에서도 우리나라의 산사같은 고즈넉한 풍경을 받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둘러 보니 이러다가 이번에도 산성에 못 올라갈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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