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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21. 2020

경기 유랑 부천 편 1

복사골에 피는 꽃

서울과 인천 사이에 위치하며 자체의 이미지가 희박하기도 하고, 심지어 경기도 지역번호인 031을 쓰는 게 아니라 인천 지역번호인 032를 사용하며 중동신도시로 대표되는 수많은 아파트의 정경만 보이는 도시가 바로 부천이다. 예전에 1호선을 타고 월미도로 갔을 때 중간 기착지인 부천역이 우선 떠오르고, 송내역에 내려 군 복무하던 친구를 면회 갔던 일도 생각난다. 하지만 평범한 위성도시 이상으로 무언가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면적도 53.45 제곱 킬로미터로 서울의 구보다도 작고 특히 양옆에 거대도시가 위치하다 보니 한때 인천의 일개 구로 흡수될 뻔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 부천이란 명칭 자체가 인천과 부평의 지명을 따오기도 했다. 외향적 도시 성장에만 집중 하면서 좁은 면적에 인구가 90만에 육박하고, 경기도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고, 최초로 분구가 이뤄졌었던 역사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 인구가 감소하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대두되면서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시킬 필요성을 느꼈었다.


도시들 마다 여러 표어가 있지만 창의력도 부족하고, 뇌리에 깊게 박힌 단어도 딱히 생각나는 표현도 없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FANTASIA 부천이라는 말처럼 조그마한 면적의 도시에 수많은 박물관이 들어서고, 자체적으로 교향악단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판타스틱 부천영화제도 있다. 도시를 둘러볼수록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부천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 즐겁다.


물론 부천에 오는 과정은 그리 유쾌하지 못하다. 수도권의 수많은 고속도로 중에서도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자주 막히는 악명 높은 외각 순환 부천 구간을 지나야 한다. 안 막히면 집에서 30분에 가는 길을 한 시간 이상 도로 위에서 버텨야 하는 과정은 썩 유쾌하지 않다. 경기도의 모든 도시들을 탐사하고 그 도시만의 이야기를 발견해야 할 텐데 앞서 답사했던 강화와 달리 부천은 별 다른 특징이 없을 텐데 하는 생각도 순간 들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혹시나 이런 걸 발견한다면 더 보람을 느끼지 않나 싶다.


그 도시를 알기 위해선 여러 가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작업이 상당히 중요한데, 나 같은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도시의 지도를 받아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이다. 일명 관광안내지도라고 불려지는 것은 교통정보나 지형정보를 제공하는 다른 지도들과 달리 그 도시가 알려주고 싶은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의 지도로 표현하는 것이다. 지도만 잘 살펴봐도 그 도시에서 어디를 먼저 가봐야 하고, 어떤 테마를 위주로 잡아야 할지 감이 오는 것이다. 우선 부천에 도착해 판타지아 부천에 걸맞은 한국 만화박물관으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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