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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23. 2020

경기 유랑 부천 편 1-2 (한국만화박물관)

복사골에 피는 꽃

한국만화박물관이 위치한 장소는 예전에 일제강점기 시절 종로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했던 곳으로 특히 드라마 <야인시대>의 세트장으로 사용하면서 부천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바로 뒤편엔 전 세계의 명소들을 미니어처로 재현해놓은 아인스월드 까지 있었고, 서울에서 멀지 않은 위치의 장점을 살려 방송국의 수많은 야외 촬영 장소로 사랑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야인시대 세트장은 사라져 버리고, 아인스월드 조차 작년을 마지막으로 폐쇄하게 되면서 부천 영상문화단지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어렸을 때 많은 영상매체에 소개되면서 그 장소에 대한 추억이 많이 남아있기에 혹시 흔적이라도 볼 수 없을까 찾아갔지만 흔적은커녕 아주 깔끔하게 치워져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사극이나 시대극을 촬영하게 되면 아무래도 세트장을 새로 만들어서 쓰는 경우가 많고 인기리에 드라마가 방영하면서 쓰였던 세트장들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다. 하지만 극이 끝나고 사람들의 뇌리에 잊히게 되면 점점 찾는 사람도 줄고 세트장은 폐허로 변해간다.

세트장을 지으려면 제작비가 많이 소모되다 보니 사용하기 위한 건물이 아니라 촬영을 하려 만들어진 건물이다. 그래서 건물의 수명이 짧고, 특히 지속적인 보수와 사용을 하지 못하는 태생을 가진 세트장이 가진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부천의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인 부천 영상문화단지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부천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새롭게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시 초입으로 돌아와 부천이 자랑하는 명소이자 제일 큰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고, 해마다 만화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는 한국만화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욺 겼다. 원래는 부천 종합운동장의 부속건물에 속해 다소 조그마한 규모였지만, 현재의 자리로 새롭게 오픈하면서 바로 옆의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함께 거대한 만화 테마파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만화라는 주제도 정말 흥미롭긴 하지만 단순히 전시만 하는 박물관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를 끌 수 있는 테마를 즐길 수 있게 했다. 1층 로비로 들어가면 탁 트힌 넓은 공간과 함께 흡사 거대한 규모의 멀티플렉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쪽 공간에는 만화영화 상영관이라는 극장이 있어, 시간마다 애니메이션을 상연한다고 한다. 중간 짬을 내어 화장실도 찾아가 봤는데, 곳곳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디테일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 있는 상설전시관으로 올라간다. 한국 만화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물을 시대별로 전시하고, 추억의 만화방, 골목 등을 재현하여 그 시절을 추억해 볼 수 있는 공간인데 100년 전의 예전 만화부터 시작해 현대로 지나가면서 내가 아는 만화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고, 가족과 함께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특히 박물관 내부의 추억의 만화방 ‘땡이네 만화가게’는 60,70년대의 만화방을 재현되어 있는 그런 공간이었는데 곳곳에 구비되어 있는 소품들과 디테일들이 살아있었다.

4층으로 올라가면 만화체험관이 나온다. 특히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의 테마를 소재로 한 체험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만화박물관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2층의 만화도서관이라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근처 주민들은 가끔 만화도서관에 있는 만화를 실컷 보러 박물관에 방문하기도 한단다. 31만 권의 국내외 만화도서 및 관련 자료를 소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만화 전문 도서관으로 이 책 저 책 읽어보다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한국 만화 박물관을 중심으로 전체를 만화 캐릭터와 테마를 잘 살린다면 부천뿐만 아니라 한국의 명소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만화축제가 열릴 때 다시 찾기로 하고, 다음 장소를 향해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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