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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Dec 24. 2020

경기 유랑 부천 편 1-3 (복성원)

복사골에 피는 꽃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멀리 않은 장소에 상동호수공원이 있고, 부천과 인천의 경계지점이라 두 도시의 입주민들이 호수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가던 길 반대편으로 해서 부천의 시내로 방향을 틀어본다. 면적이 작은 부천이지만 100만 가까운 인구가 이 도시에 모여 살아 그런지 차량도 많아 보이고, 아파트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과연 이 도시에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부천이 한때 자랑했던 것들 중 하나가 박물관 도시 부천이었다. 전국에 박물관이 많지 않던 시절 유럽자기, 교육, 수석, 옹기 등을 주제로 부천 종합운동장 주변에 적극적으로 박물관을 지어 자랑했던 역사가 있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이 생겨 그것도 옛말이 되었지만, 부천시에서 최근에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을 한데 모아 부천시립박물관으로 통합하여 다시 준비를 하고 있고, 최근까지 사용했던 공공시설을 이용해 새롭게 리모델링하며 문화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니 앞으로 더욱 기대를 해봄직 하다. 그런 곳 들을 가기 전 배가 고파 무언가를 먹고 나서 이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부천에 가면 다른 건 뒤로 생각하고, 무조건 중국집을 가봐야 한다.

부천은 서울과 인천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경인선을 비롯한 철도가 다니며 중국에서 이민 온 화상들이 정착한 지역 중에 하나다. 그래서 이곳 부천에는 그 화상들이 설립한 중국집이 맛으로 뛰어난 경우가 많다. 그중에 나는 잡채밥으로 유명한 복성원으로 간다. 근처에는 백짬뽕으로 유명한 태원이 있었지만 수요 미식회 등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사람들로 붐비게 되면서 사장님의 건강악화로 인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수많은 맛집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인데, 부디 다시 태원의 백짬뽕을 맛보는 날이 왔으면 한다.

평범한 낡은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예전 우리가 어릴 때 보던 식당 그대로 아름답게 낡았다고 표현하기에 알맞은 복성원이 등장한다. 낡았지만 뭔가 정갈하게 오래된 느낌이라 식당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테이블이 4개 정도 있었고, 좌식 테이블이 4개 정도 있는 작고 아담한 식당이었다. 중간에는 예전 학교 다닐 때 봤던 낡은 난로가 식당 전체를 은은한 따뜻함으로 덮고 있었다.

낡고 아담한 분위기의 가게 내부가 정말 정겨워 나도 모르게 셔터가 올라갔지만 그런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은 듯 음식은 찍어도 되는데 내부를 찍지 말라는 안내판을 보고 황급하게 사진기를 내렸다. 잡채밥을 포함해 짜장면을 함께 시켜보았다. 참고로 복성원의 잡채밥은 짜장 소스 대신 매콤한 소스가 대신 들어간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고, 매콤한 소스가 들어간 잡채밥은 냄새에서부터 불향이 은근하게 피어 올라와 나의 식욕을 자극시켰다. 재료 하나하나가 정말 살아있고, 적당히 매운맛에 불맛을 제대로 들어낸 하나의 작품이었다. 그에 비해 다른 요리는 그냥 적당한 맛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채밥 하나만으로도 자주 찾고 싶은 그런 집이었다. 복성원의 맛과 분위기가 이어지길 염원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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