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어휘력 향상에 사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전은 기본적으로 뜻을 ‘정확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그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서술하기 위해 어려운 표현을 사용해도 상관없지요. 그러므로 사전이 반드시 뜻을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며, 사전을 찾아도 뜻을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유아들은 단어를 사전에서 찾는다고 해도, 그 단어가 사용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랍니다.
유아기는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어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어떠한 단어가 사용되는 상황’이 제공되지요. 호기심 많은 둘째를 둔, 제 친구네의 아침 모습을 예시로 볼게요.
어느 날 아침,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가 배가 아프다고 이야기했어요.
엄마가 “많이 아프면 이따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조퇴하렴”이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같이 듣고 있던 둘째가 “엄마! 조퇴가 뭐야?”라고 묻습니다.
엄마는 “조퇴는 학교에서 빨리 나오는 거야”라고 말해 주었어요.
‘조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해진 시간 전에 물러남’이라고 나옵니다. 아이 입장에서 아무 의미 없는 설명이지요. 아이의 입장에서 사전보다 엄마의 간단한 설명이 더 이해가 잘되는 이유는 언니가 아픈 상황과 조퇴를 연결하여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확한 상황에 정확한 단어를 쓰는 능력이 진정한 어휘력이에요. 이렇게 단어를 배운 아이는 “아프니까 집에 일찍 오는 거구나”, “아프면 ‘조퇴’하는 거구나” 하고 상황에 맞게 단어를 쓸 수 있게 되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작용'
그러나 매번 이렇게 새로운 단어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 테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가 단어의 뜻을 스스로 묻지 않는, 즉 ‘새로운 단어를 알고 싶은 열망’이 없는 아이일 수도 있겠지요? 이럴 때 독서가 답이 됩니다.
《이상한 엄마》의 앞부분에 아이가 아파서 조퇴하는 장면이 나와요. 아이가 책가방을 멘 채 혼자 비를 뚫고 걸어가는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지요. 그 장면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조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가방을 메고 혼자 집에 가네.
엄마가 누군가에게 집에 가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니,
아이가 평소보다 집에 빨리 오는 거겠지?
이렇게 평소보다 학교에서 빨리 나오는 것을 조퇴라고 해.”
이처럼 책을 통한 상호 작용을 거치면, 아이는 새로운 단어를 그림책에 주어진 상황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진정한 어휘력이 형성되지요.
사전이 무조건 쓸모없냐고요? 아니에요. 사전을 찾아보는 방법도 어휘력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림 카드를 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그 상황에서 어른과의 상호 작용이 꼭 있어야 해요. 사전을 찾는 과정, 사전에 나오는 뜻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의 어휘력이 향상되는 것이지요. 어휘력 향상에는 상호 작용이 필수입니다.
─ 《문해력을 키우는 책육아의 힘》 pp.193~195
유아기, 문해력의 골든타임을 잡아라!
가장 처음 만나는 책육아 지침서
지은이 권 이 은
리터러시(문해력) 교육 연구자이자 실천가다.
고려대학교에서 독서교육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며 문해력 교육이 인권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배웠고,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 이론과 실제 현장을 잇는 다리와 같은 일을 해 왔다. 현재 문해력 강의, 프로그램 개발, 교재 집필, SNS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부모, 교사 및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 땅의 모든 부모와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음으로, 책육아와 문해력 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https://smartstore.naver.com/uibooks/products/7625715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