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의 구조*

눈치 — 필요를 지켰지만, 충분에 닿지 못할 때

by uidan

눈치가 없다는 말은 종종 무례함을 뜻한다. 상황을 읽지 못하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며, 사람 사이의 공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눈치의 문제는 대개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눈치가 없다는 말이 붙는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런 장면이다. 말은 들었다. 상황도 이해했다. 해야 할 최소한의 행동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정보를 몰라서가 아니다. 필요조건은 이미 충족되어 있었다. 지금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눈치 없는 행동은 대개 이 최소를 정확히 지킨다. 그래서 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행동은 자주 차갑게 느껴진다. 필요는 충족되었지만, 의미는 도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말이 향하고 있던 목적이 필요 그 자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말을 할 때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말은 요구가 아니라 방향에 가깝다. 그래서 말에는 언제나 여백이 남는다. 눈치는 그 여백을 다루는 문제다.


그러나 필요에 머무른 사고는 그 여백을 읽지 않는다. 말 속에 포함된 최소한의 조건만을 판단한다. 이 정도까지만 하면 되겠구나. 그래서 행동은 정확하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


이때 판단은 틀리지 않기 위해 움직인다. 그러나 사람 사이의 의미는 틀리지 않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필요는 형식을 지켜주지만, 목적까지 데려다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눈치 없는 행동은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닫아버린다. 상대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왜 그런지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 필요는 지켜졌기 때문이다.


그 불편함은 과한 행동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도착하지 않은 충분에서 생긴다.


그래서 눈치의 문제는 센스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방향 문제에 가깝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서,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로 한 번 더 나아가지 못한 판단. 그 한 걸음의 차이가 행동의 온도를 바꾼다.


눈치가 작동하지 않는 순간, 사람은 관계를 오해한다. 나는 틀린 일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반응이 돌아오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구조를 보면 판단은 멈춰 있었다. 필요에서 충분으로 건너가지 못한 채.


그래서 눈치는 과잉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 부족한 방향의 문제다. 필요만으로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의미가 축적되지 않는다. 관계는 유지되지만 깊어지지 않고, 대화는 이어지지만 닿지 않는다.


눈치가 없다는 말이 남기는 찜찜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충분이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이 무엇인지 끝내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판단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