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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외의 Jan 08. 2022

두유 크림 파스타



다이어트가 나에게 끼친 좋은 영향 중 하나는 건강한 요리 레시피를 많이 알고 있다는 거다. 미용 목적의 감량이 아닌 건강을 위한 양질의 음식. 그중 하나가 두유 크림 파스타인데, 첫 번째 도전은 파스타 면까지 통밀면으로 사용했는데 절망적인 맛이었다. 두 번 째 시도는 똑같은 통밀이었지만 면이 아닌 푸실리를 사용했다. 푸실리를 푹 삶아 넣으니 성공이었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파스타는 듀럼 밀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gi 지수가 낮다. 쌀밥보다 낮고 면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니 과거의 나처럼 좋아하지 않는 통밀 파스타 맛을 인내하지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맛을 선택하자.


이날은 처치 곤란 음식 재료를 처분하고 싶어지는 날이었다. 방치된 파스타와 두유를 집었다. 안 그래도 면을 잘 못 먹는데 파스타를 삶는 건 늘 번거롭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입수한 정보가 떠올랐다. 면을 완전히 삶지 않고 올리브오일을 둘러 소분해 냉동시키는 방법. 그 방법을 쓴 후로 파스타를 자주 해 먹게 됐다는 글이었다. 바로 실행에 옮겼다. 집에 있던 파스타를 모조리 삶았다. 먹을 만큼만 끓는 물에 더 익혀주고 나머지는 넓은 그릇에 옮겨 오일을 둘렀다. 열기를 식히는 동안 두유 크림 파스타를 준비한다.


마늘은 편 마늘로 준비하고 양파와 베이컨을 썰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베이컨을 튀기듯 볶고 뒤이어 양파도 볶는다. 노릇한 색을 띠면 두유 한 팩을 부어준다. (나는 매일 두유 고단백 190mL짜리를 넣었다)두유가 끓기 시작하면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넣어준다. 그라인더로 갈아둔 그라나 파다노 치즈도 두 스푼 정도 넣고 저어줬다. 그다음 면을 넣고 소금으로 간하며 걸쭉해질 때까지 섞어준다. 농도를 보며 면수를 추가해줘도 된다.

보기 좋게 담은 파스타에 통후추를 뿌렸다. 추억의 맛이 완성됐다.


그사이 잽싸게 사이드 메뉴도 준비했다. 냉동 만두 겉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묻혀주고 오븐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로 살짝 쪄준다. 케첩과 돈가스 소스를 지그재그로 뿌려주고 블랙 올리브와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다시 전자레인지 돌려준다. 초간단 만두 그라탱이다.


코리안의 이탈리안 테이블이 차려졌다. 꾸덕꾸덕하고 고소한 소스가 면과 함께 딸려 들어오는 맛이 좋다. 두유 맛이 살짝 나고 짭조름한 치즈 맛도 난다. 아마 두유로 만들었다고 말하기 전까진 절대 모를 거다. 만두 그라탱은 파스타가 물릴 때쯤 피클 역할을 했다.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미리 삶아 식혀둔 파스타를 소분하며 다양한 파스타 레시피를 생각해 본다. 두유 크림 파스타는 크림소스의 칼로리가 두려워 만들어 낸 요리였다. 다이어트할 땐 맛있는 다이어트 레시피였을 뿐이다. 음식의 선택지가 많아진 지금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수많은 파스타 레시피 중 하나일 뿐이다. 뭉클했다. ‘대체’하는 식재료와 레시피가 아닌, 각자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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