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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의림 Aug 10. 2023

우리의 결혼은 평등할 수 있을까 (1)

Intro

2017년, 28살의 나는 외로웠지만 이전처럼 남성의 성적 매력에 쉽게 이끌리지도 않았고, 나와 가치관이 아주 잘 맞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왠만하면 연애도.


연애와 결혼은 언제까지고 유보하겠단 자세로 일과 음주에만 몰두하고 있던 때, Y가 내 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직장에서 만났다. Y는 6개월 전쯤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찾던 중 당시 내가 다니던 직장의 한시적 계약직 자리에 지원했다.


Y는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편이었다. 좀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처리가 확실해서 점점 더 호기심을 가지게 됐고 나중엔 얘기가 꽤 잘 통한다고 느꼈다.

외근을 자주 다녔는데, Y를 대동하는 일이 많았다. Y는 믿음직스러운 업무 파트너였다. 돌아다닐 때마다 나에게 하도 많이 말을 걸어서 좀 피곤하긴 했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는 나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해했고, 나를 웃기려고 이런저런 드립을 쳤다. 웃기진 않았지만, 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나, 싶기도 하고 노력이 가상하여 점점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토요일, 그가 나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저번에 추천해주신 OO에 차 마시러 왔습니다." "(인증샷)"

확실해졌다. 아, 이 사람 나한테 관심 있구나?!


얼마 안 있다가 데이트를 하고, 고백을 받았다.

난 일주일 동안 답을 보류했다. 마침, 고백 직후에 여름 휴가를 내서 답을 줘야할 의무 아닌 의무로부터 도피할 수 있었다.


두려웠다.

'이 사람이랑 만나면 헤어질 일이 없을 거 같은데?! 못 헤어지고 결혼까지 해야하게 될 거 같은데?!'


왜인지 모르겠다. 이 사람 만나면 코 꿰일 거 같은 느낌이 강력하게 왔다.

연애는 하고 싶었지만 구속되고 싶진 않았고,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나에게 결혼은 계획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결혼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후광이 비쳤다는, 늘 저게 사실일까 의심하게 되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는데,

나에겐 '코 꿰일 거 같다는 두려움'이 일종의 후광이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이와 같은 생각이 든다.


고백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 후에 전화를 걸어 사귀겠다고 했다.

Y는 제주도 여행을 간 내가 사진 한 장 안 보내줘서 이미 끝났나보다 생각하고 절망하고 있었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기쁨을 표현했다. ㅎㅎ


2016년 7월 17일, 나는 이렇게 Y와 연애를 시작했고,

약 2년 3개월 간, 치열하게 연애했고,

2018년 10월, 결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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