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에 새벽 늦게 잠들었어
5시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러 갔어야 했는데 6시에 일어나버렸어
헛웃음이 나더라, 지각도 안하던 내가 이런 날에 지각을 하는게
급하게 기차를 잡고 내려가려는데,
내가 가장 무서워하던 지하철을 드디어 탔어
너랑 항상 꽁냥대면서 우리집으로 왔던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게
상상으로도 힘들어서 피해왔는데, 이번에도 너 덕분에 마주했어
휴대폰을 잡으면 죄다 너라서 노래도 못듣고 그냥 멍때리고
너에게 할 말을 중얼거리면서 내려왔어 3시간이 그렇게 짧더라
어쩌면 매일 내려가던 길이라 나도 모르게 익숙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일 수도 있는 그 길 끝에 너를 만나러 왔고,
너를 보니까 바로 눈물이 맺혔어,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나 보자마자 너가 웃어줬잖아
언제 헤어졌냐는 듯이 우리 사귈 때랑 똑같은 그 웃음 지었을때 마음 속엔 희망으로 부풀었어
그때부터였던거 같아 내가 준비한 모든걸 한순간에 까먹은 게
우리는 이상하게 어색했고 음식점이 아직 열지 않아
잠깐 걷자고 했지만 너가 금방 열릴거라며 거절을 했던 것도 괜히 멀어보였어
언제 너에게 내가 준비한 말을 다시 이야기해야할까 타이밍을 못잡겠더라
처음이었던거 같아, 너 앞에서 밥을 그렇게 못 먹었던 적이
그리고 우리가 사귀기도 전에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어색했어
이게 마음이 떠났다는거구나 실감했어
오늘 난 진심만 말하고 어떤 결정도 권유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얼굴을 보니까 온전한 사고가 이뤄지지 않더라고
결국 난 너를 또 다시 붙잡았고, 부담을 주고 말았어
생각보다 너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추진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불편했을거 알아
그래도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더 후회했을거 같아. 마지막까지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너는 생각보다 단호했고, 연애할때보다 단단해보였어
얼마나 나에게 맞춰주고 있던걸까. 결국 이 고통은 내가 온전히 받아야할 벌 같은 거겠지
내 방식이 당연하다 생각해온 결과가 이거일거야
그래도 많이 고마웠어, 사귈때부터 오늘까지의 만남 모두 다.
내가 마지막이라 얼굴을 더 많이 눈에 담아가고 싶다고 쳐다봐 달라고 하면 쳐다봐주고
손이 차가워서 녹여주겠다고 잡아도 잘 잡혀주던 너가 날 얼마나 배려해주고 있는지 느껴졌어
서로 헤어지는 마지막 102번 버스 안에서
너가 별말이 없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을 때 나는 다시 무너졌어
너도 정말 마지막이라고 느꼈던거겠지? 한번쯤은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던 그 끝이
너가 참고 참았던 감정의 끝을 보여주고 싶지않았겠지? 정이라는게 어쩔 수 없나봐
내리고 나서 너한테 마지막 카톡을 보낸 후 터미널 광장에서 엉엉 울었어 고개를 들 수 없었어
그리고 친구를 만나서 가는 길에 너한테 문자가 왔고, 난 보자마자 또 한동안 울었어
그 말들이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그리고 마지막에 그 사랑했다는 말이 너무 아파서
친구들에겐 미안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는데 술을 진탕 먹고 펑펑 울었어
그냥 오늘까지만.. 마지막으로 오늘까지만 울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
너도 많이 힘들테니 나도 잘 한번 이겨내볼게
우리 집에 남아있는 물품들 중에 너가 천천히 달라고 했던 책과 잠옷은
내 마음이 너와의 추억을 만져도 아프지 않을 때 줘야할거 같아
최대한 빨리 이겨내볼게 나와의 소중함이 변색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