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늦게 친구들과 숙소에 들어와선 쓰러지듯 자고
숙취 때문인지, 너가 생각나서인지 5시부터 눈이 떠졌어
머리는 아프고 친구들은 자고 있고, 방 안은 어둡고
아무 소리 없이 널 생각하기엔 좋은 환경이더라
숙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다 깨다를 반복했지만
그래도 잠을 잘 수 있으니까, 유일하게 술이 고마운 순간이야
그마저도 얼마가지 못해 7시쯤 일어났지만..
일요일 아침, 숙취가 있는데 7시라니 나한텐 나름 역사적인 날이야
그리곤 휴대폰을 켜고 보는데 당연히 너는 남아있지 않았고
의미 없이 이 어플, 저 어플만 옮겨 다니면서 시간을 축내고 있더니
애들이 일어나서 괜히 괜찮은 척을 했어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와서 해장을 하고
너에게 예전에 보여줬던 청주에 한 카페를 갔는데,
그 사진을 내가 지웠던가? 굳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괜히 궁금해
너도 아마 지금 친구랑 같이 삿포로 여행 계획을 짜고 있겠지?
친구랑 같이 있으니까 확실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거 같아
물론 잠깐 내 감정을 덮어주는 정도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괜찮았어
너랑 어제 그 얘기들을 나누고 나서 나름 마음도 많이 정리했고
그렇게 펑펑 울고 나니까 약간은 개운해지더라 신기해
어제 너를 만나러 내려왔던 그 길을 이젠 다시 올라가려니까
또 한 번 마음이 한 곳이 쿡쿡 아려왔어. 이젠 습관처럼 이러네
그래도 이제는 마주하는 연습을 해야지, 너와의 기억에 자꾸 부딪혀야겠지
평소 너를 만날 땐 무척이나 계획적이어서 며칠 전에 기차를 예매했던 내가
너랑 어떻게 될지 몰라 아무것도 안 했더니, 입석도 매진이래 나한테 왜 이럴까 괜히 세상 탓을 해
2시간이면 도착할 집에 5시간이 걸려 도착하니 또다시 현실이야
너랑 헤어졌던 그 방, 침대, 우리의 잠옷, 숨겨져 있는 물품들과 추억들
그래도 어제 너를 보고 나도 이젠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다 싶더라고
울지 않고 환기를 시킨 다음에 빨래를 돌리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어
개운했지만 이상하게 적적해서 너와 추억이 없던 노래를 틀고
잠시 내 감정을 외면하니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기도 해
근데 한편으론 너로 인해 더 힘들고 싶어
내가 너를 좋아했던 마음만큼, 너에게 해주지 못했던 만큼, 아쉬운 만큼
누군가는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데, 나는 그냥 이게 편한 거 같아
내 마음에 남겨진 미안함을 달래서 너에게 사과를 하려고
너를 오래오래 내 마음속에 이뻤던 그 모습으로 기억하려고
우리의 시간에서 나의 시간을 천천히 섞어내고 있어
내일 출근이네 또 새로운 한주동안 행복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