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는 다른 하루, 1일

by 연일

아침에 똑같은 알람을 듣고 일어났어.

다른 점이 있다면, 내 눈이 부어있었다는 것 정도

그런데 이상하게 어제 너와의 물건들을 담을 때 남았던 먹먹함이

가슴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헤어진게 처음으로 실감이 나.


평소라면 당연히 너는 아직 자고있을 시간으로 넘기던 오전 7시가

너는 아직 자고 있을까?로 하루 아침에 변하게 된게 무겁게 다가와


아침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려는데,

분명 물건만 정리하면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던 너가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내 마음속으로 침습해왔어


주말마다 우리집에서 씻고나와 머리를 말려달라던 그 모습이

"미용사치곤 손이 굉장히 투박하시네요"라고 상황극을 하던 날들이.

평범하던 내 하루가 변하기 시작한 첫 날이겠다 싶어


이제 곧 서른을 바라보는 내가 머리를 말리다가 눈물을 흘리는게

너한테 말하기엔 조금 부끄러울거 같아.


출근을 해서 너를 알고 있던 동료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고민이 됐어

분명 2일 전에는, 함께 은행나무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 이쁘다고 자랑을 했던 나인데,

갑자기 와서 헤어졌다고 말하기에 자신이 없었어.


그런 내 표정에 티가 많이 났는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드렸던 선임 선생님이 물어보셔서

헤어진 사실을 말씀드렸어. 그렇게 너가 알던 직장동료들이 알게되었어.


어제 헤어졌는데, 하루만에 공개해버린게

나 스스로 우리 관계의 무거움을 가볍게 만드는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

누구는 별로 안 만났는데, 그렇게까지 힘드냐고도 하더라


직장에 다니면서 이별을 한다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어

알고 있던 것도 웃기겠지만,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자꾸 너한테 연락이 왔는지 평소처럼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고

내가 너무 빠르게 모든 상황을 정리했나 고민이 들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해야할 일은 하나도 못하고 퇴근했어


퇴근하고나서도 모든게 너로 연결돼

내가 헤어져서 괜히 과하게 반응하는 건가 의심도 해봤지만

곱씹어보면 내 모든 하루의 경로엔 너였어


막히는 퇴근길에 늦는 버스

항상 팟팅이라며 응원해주던 헬스장

몇 달째 먹고있어서 너가 걱정하던 햄부기

다 씻고 누웠다며 기다리는 너의 전화

장거리였던 우리에게 루틴이 되었던 일상이 무너졌어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울기만했어

배도 고프지 않고 가슴은 아프고 물을 먹어도 체했어


오후 7시가 이렇게 어두웠던가?

집에 불을 켜야할거 같은데 몸이 안 움직여

오늘은 또 왜 이렇게 춥지?

그냥 무기력함 그 자체야

이런 모습을 너한테 보여주지 않는건 차라리 잘 된 일인거 같아


어제는 실감이 안나서 그랬던건가?

이상하게 졸리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아

지칠정도로 울었는데, 잠에 들지 않아

너가 끊으라던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오늘 회식이라고 했던 너는 잘 자고 있을까?


아 맞아 나 너와의 물건들은 버리지 못했어

헤어지면서 너가 했던 아직 좋아한다는 말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너가 지쳤던 그 감정이 사그라들면 돌아올까 싶은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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