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팀, 이름만 들으면 하는 일
흔히들 강의실과 커다란 강의 스크린, 그리고 멋진 강의를 하는 강사님이 떠오르실 겁니다. 그런데 실은요, 제 하루를 지배하는 건 강의실이 아닌, PPT와 엑셀 시트입니다.
강의를 하고, 교육하는 시간보다, 함수랑 씨름하는 시간이 훨씬 길죠. 교육팀의 진짜 임무는 교육과정을 ‘여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이 무사히 돌아가고 성과를 내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오늘은,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실체는 조금 다른 ‘교육팀’의 진짜 하루를 살짝 들려드리겠습니다.
회사 조직도에선 교육팀이 보통 인사(HR) 아래에 있습니다. 중소 규모의 회사라면, 주로 인사팀에서 1~2명이 교육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고요.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나,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아예 별도 조직이 따로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재개발원이라던지, 리더십센터라던지, 혹은 본부별 별도 교육팀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조직 구조는 다르지만, 공식 미션은 모두 같습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한다.
생각보다 단순하죠. 하지만 이 단순한 미션 안에는 대상자 인터뷰, 커리큘럼 기획부터 강사 섭외, 예산 협상, 협력 업체 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들어있습니다. 쉽게 말해, 교육의 A부터 Z까지를 책임지는 총감독입니다.
겉에서 보이는 모습은 이렇습니다. 강사님을 모셔오거나, 직접 교육을 하는 팀. 그래서 흔히 "교육이 없는 날에는 노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십니다. 실제로, 대기업 인하우스로 이직했을 때 받는 오해였습니다. "교육팀 맨날 노는 거 아니야?"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 역시 겉에 보이는 모습 때문일 겁니다. 사실은 이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합니다. 우선 교육 하나를 런칭하기 위해 전국구로 대상자를 인터뷰 다니는 일도 수다하니 말이죠.
- 교육 대상자 분석 +) 전국구 인터뷰
- 교육 설계 및 자료 제작
- 교육 개발을 위한 자료 취합 및 요청
- 강사 및 업체 계약 · 일정 조율 (사내/외)
- 예산 관리 / 교육 계획안 (보고서) 작성
- 과정 안내와 참여율 증진 / 일정 조정
- 현장 운영 +) 진행 / 강의 / 돌발상황(은 왜 언제나...) 대처
- 만족도 조사 및 데이터 분석
- 개선사항 반영 및 개선안 마련
- 교육 비용 지급
“교육팀이면 강사인가요?”
→ 강사는 외부 전문가입니다. 때로는 사내에 있는 팀이 강사로 활동할 때도 있습니다. 회사 소개, 방향 / 전략 같은 내부 정보를 공유해야 할 경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교육팀은 감독이자, PD입니다. 교육을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판을 짜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파워포인트랑 말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 PPT랑 전달 능력(말)은 기본, 엑셀·데이터 분석·커뮤니케이션까지 필요합니다.
강의 PPT를 보기 좋게, 예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말빨만 좋으면 되죠?라고 물으신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말이랑 PPT를 잘하면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강사는 외부 전문가이고, 교안도 그분들이 만듭니다. (사내 강의 제외) 우리는 이 강의가 우리의 목적/방향과 맞는지, 교육 대상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지를 소통해 주면 됩니다. 우린 그 외에 교육 대상자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교육 키워드를 뽑아내고, 실행하는 더 다양한 업무를 합니다.
“교육 당일만 바쁜 거죠?”
→ 당일을 위한 교육 전후 준비와 후속작업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건요. 우리가 하는 교육은 1개가 아니라는 겁니다.
더불어 교육 당일, '담당자는 뒤에서 노트북으로 뭘 하나요?'라고 종종 물으시는데요. 보통 교육 피드백을 하거나, 운영을 돕거나, 다음 교육을 준비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교육들을 준비해야 하고, 그에 따라 문의사항도, 요청사항들도 쏟아지기 때문에 할 일은 늘 있습니다.
하나 TMI를 전하자면, 저는 교육 시작 전날, 심지어는 1박 2일 중 1일 차 과정이 끝난 후에도 항상 잠을 설칩니다. ‘강사님 오시는 길에 무슨 일이 있진 않으실까' 강사님이 도착하는 시간 전까지도 확인하고, '교육생분들이 잘 듣고 계신가' 쉬는 시간마다 찾아가 여쭤보고, '내일 교육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어쩌나, 요구분석은 제대로 된 건가?’ 교육 내용을 다시 한 번 피드백합니다. 교육 하나를 잘 운영하기 위해 교육이 시작되고도 끊임없이 확인하고 긴장하는 것이 교육 담당자의 숙명입니다. 머릿속과 손발은 늘 바쁩니다.
“교육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묻기보단 본인 안에서 답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저는 교육 담당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없다'라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왜냐하면 팀에도 워낙 다른 역량의 팀원분들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꼼꼼하진 않지만 공감능력이 좋으신 분. 공감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데이터 분석 능력이 뛰어나신 분 등. 그래서 내 강점을 그동안의 교육 경험과 연관시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 역시 취업/이직 당시, 제 강점을 교육 기획/개발/운영과 엮어 밀고 갔는데요. 흔히들 말하는 교육담당자의 필요 역량에 굳이 끼워 맞추진 않았습니다. 다만,이게 됐든 저게 됐든 역량을 뽑아볼 수 있게 ‘교육 경험’은 필요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멋있기만 한 직무도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이 직무의 매력은 뭘까요? 제가 느끼는 매력 포인트는 2가지입니다.
- 구성원이 일할 맛나도록 돕는 보람
-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네트워킹하는 재미 +) 인사이트는 덤
“도움이 되었다, 의미가 있었다" 등 업무적인 것을 넘어 어떤 삶의 인사이트까지. 구성원 인생의 작은 부분이지만,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은 어마무시합니다. 특히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하루 절반 이상을 일만 하며 사는데, 그 일하는 순간을 더 잘할 수 있게, 더 일할 맛나게 만들어준다는 게 저는 꽤 보람차더라고요.
또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시야를 넓힐 수 있습니다. 교육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만나는데요. 사내 부서부터 디지털/AI 전문가, 모빌리티 산업 전문가, CX/마케팅 전문가, 회계 전문가, 세무사, 데이터 분석가, 소통 퍼실리테이터 등,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팀이 또 있을까요?
교육팀의 하루는 강의실에서 교육을 하는 것보다 사무실에서 거북목으로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일에 가깝고, 교육 자체보다 ‘사람과 시스템’을 다루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교육팀 기획의 첫 단추, “타깃 분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