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강사와 일할 때,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까?
교육을 기획하다 보면, 가장 헷갈리는 순간이 ‘사내강사와 협업할 때’입니다.
전문가는 그분들이고, 방향은 우리가 잡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나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처음엔 제가 구조를 다 잡아서 전달했습니다.
교육 시간표에 과정명, 대상, 목적, 주제를 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들어갈 내용까지 적어 “이런 내용으로 진행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뭣도 모르는 사람이 정답도 아닌 오답을 대뜸 출제자에 들이미는 것처럼 느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받아본 사내강사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왜 필요하죠? 저희가 하는 내용이랑 다른데요?”라는 정정도 있었고,
그리하여 주제만 전달드리면, “그래서 어떤 내용을 하면 되는데요?”라는 질문이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나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 걸까, 하고 매번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요청 끝에 몇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작년 흐름과 올해 대상자의 상황을 정리해 이번 교육의 의도와 방향을 먼저 설명하는 것입니다.
사내강사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무슨 내용을 해야 하냐’가 아니라, “어떤 배경으로 하는 것이며, 교육을 통해 대상자 분들께 어떤 것을 주고자 하는 것인지”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는 이렇게 여지를 둡니다.
“이런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틀리거나 추가하실 내용 있으실까요?”
30% 정도 틀만 제가 잡고, 나머지는 사내강사분들이 가장 잘 아시는 방식으로 채워가실 수 있게 열어두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교육담당자는 내용 전문가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사내강사분들과 ‘대화가 되는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업무의 흐름과 대상자의 상황을 최소한 파악하고 있어야 제안할 수 있는 30%의 틀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사내강사분들도 부담 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메일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8명이라도 한 분씩 만나 “이 흐름이 괜찮을까요?”
“이 사례가 더 적합할까요?” 이렇게 이야기해 보면
메일로는 10번 주고받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그 짧은 대화 한 번에 훨씬 선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사내강사분들과 일하다 보면
교육담당자의 역할은 모든 내용을 아는 전문가가 아니라,
흐름과 구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요즘은 ‘완성된 요청’을 드리기보다
‘함께 만들어갈 여지’를 조금은 남기려고 합니다.
요청과 제안 사이,
그 미세한 선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저만의 방식대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3분 요약
1️⃣ 사내강사의 핵심 욕구는 ‘내용’보다 ‘의도·방향의 이해’다.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대상자분들에 무엇을 주고자 하는지 먼저 설명해야 협업이 제대로 굴러간다.
2️⃣ HRD는 내용 전문가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통할 정도’로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30%의 틀도 자연스럽게 제안할 수 있다.
3️⃣ 메일보다 1:1 대화가 훨씬 정확하다.
사람마다 업무 상황, 부담, 이해도가 달라서 직접 만나야 빠르게 흐름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