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었던 볼이 움직이는 순간: 뉴욕의 연인들

1월의 테마: Happy new year

by 유진



뉴욕의 연인들(New Year's Ev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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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지막 날에서 새해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

0시 0초.

타임스퀘어 꼭대기에 매달린 동그란 볼이 떨어지며 폭죽이 터진다.

1907년부터 시작된 뉴욕의 신년 행사, 볼 드롭(Ball Drop)이다. 영화 『뉴욕의 연인들』은 이 볼 드롭 행사가 행해지기까지 하루 동안, 뉴욕의 다양한 사람들을 비추어낸다.

싱글맘과 외동딸의 신경전, 다시 시작하기를 원하는 헤어진 연인들, 직장을 그만두고 신년이 오기 전 미루어놓았던 버킷리스트를 이루려 하는 여자, 그 여자를 돕는 남자, 엘리베이터에 갇힌 남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암 환자와 그의 간호사까지.

타임스퀘어 앞에는 축제를 준비하는 불빛이 화려하게 반짝인다. 그러나 새해를 맞이하기까지 하루. 사람들의 일상은 반짝이지만은 않는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기까지의 24시간. 분주함과 초조함, 외로움은 넘쳐흐르는 즐거움 아래에서 지하수처럼 흐른다.

이 영화는 그런 지하수가 되어 보았던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도.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왔던 인물은 잉그리드였다.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불평하지 못했던 그녀. 잉그리드의 새해 전날은 최악이었다. 회사에 오다가 사고로 죽을 뻔하고, 그래도 꾸역꾸역 회사로 갔더니 상사는 잉그리드에게 잔소리 폭탄을 퍼붓는다. 연말에 나와 일을 하고 있는 게, 잉그리드의 탓도 아닌데. 잉그리드는 폭발한다. 사표를 낸다. 그것이 잉그리드의 첫 번째 버킷 리스트였다.

새해가 오기 전 그녀가 이루어낸 버킷리스트들.

발리에 가기. 티파니에서 아침을. 뉴욕의 5개 구역을 하루 만에 다녀오기. 크게 놀라기 등등. 잉그리드가 이루지 못했던 한 해의 소원들에는 엉뚱함과 성실함이 뒤섞여 있다. 티파티에서 아침을, 은 영화를 보다가 끄적이지 않았을까. 한 번쯤 저기에 가보고 싶다, 하고. 누구나 한 번쯤, 그런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보지 않는가.

잉그리드가 더없이 엉뚱한 방법으로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가는 모습.

그 생동감.

영화 속, 타임스퀘어 볼은 단번에 떨어져 내리지 않는다. 멈추고야 만다. 볼이 떨어지지 않으면 축제는 시작되지 않는다. 잉그리드처럼, 무언가 내던지지 않으면 버킷 리스트는 영원히 그저 종이쪽지로 남을 뿐이다.

동그란 볼이 떨어졌을 때.

그녀는 지하수에서 뛰어나와 다시 길 위에 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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