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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01. 2020

코로나 시대, 소설을 출간한다는 것


신간 장편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크게는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는 구성의,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상당한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십 대 청소년을 가진 부모님과, 청소년들이 많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교육에 대해 어긋난 열정과, 그에 따라오는 비극을 풍자한 에피소드가 꽤 마음에 들게 뽑혔거든요.

출간 소식이 전해지고 주변 지인들에게 알렸을 때 돌아온 반응 중 제일 많았던 건 이것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소설 출간이라니. 용감하다, 야."

그렇습니다. 요즘 시기. 코로나의 시대. 집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독서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가 떠도는 시대. 그럼에도 신인 작가에게 이 시대는 결코 반갑지 않은 시대입니다.

왜냐고요?

홍보를 할 수 있는 수단이 확연하게 줄어들었거든요.



가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 상을 받아서 짱짱한 푸시를 받는 작가들. 그 작가들이 아닌, 신인 작가들은 대체 어떻게 책을 팔고 있는가, 하는 것이요.

신인 작가들은 발로 뜁니다. 슈퍼 인싸여서 SNS 팔로워가 수천, 수만 명이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에세이 작가들의 경우, 출판사에서 아예 '유튜브는 구독자 몇 이상, 인스타그램은 몇 이상'으로 팔로워 수를 보고 출간 제의를 하기도 합니다. 작가도 자기 PR시대라는 말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닌 거죠. 하다못해 커뮤니티 하나라도 꽉 잡고 있어야 합니다. 소설과 시를 쓰는 작가들의 SNS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와 아예 무관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슈퍼 인싸가 있으면 슈퍼 아싸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게 바로 저지요.

SNS에 글을 쓸 때마다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 호기롭게 계정을 만들고 포스팅을 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이걸 올려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사람. 

이런 사람은 발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서점을 돌아다니고, 홍보 가능한 행사가 있는지를 체크하고, 오프라인의 아는 사람들에게 홍보 좀 해 달라며 밥을 사기도 합니다. 딱 한 번이라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내 책의 표지가 띄기를, 그들이 책을 집어 들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오프라인 서점은 그렇기에 신인 작가들에게 더욱 중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추천 시스템과 베스트셀러가 홈페이지 앞을 차지하는 온라인 서점에 비해, 독자들의 선택이 더욱 자유로워지는 곳이니깐요.

그런데 코로나가. 맙소사, 코로나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기간이 되었어도, 문화계의 행사는 한동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싶습니다. 책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자신의 몸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나와 함께 책을 좋아하는 독자, 그 소중한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서 더 조심하는 사람들이지요. 

오프라인 서점에서 서성이며 책을 고르는 사람들도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마스크를 끼고 책을 고르는 건 답답한 일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서점에서 두세 시간 책을 고르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점에 가도 얼른 볼 것만 보고 돌아오게 되더군요. 

신인 작가 대 타격.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저의 책이,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과 만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씁니다. 그림을 그리고, 책 이야기를 합니다. 혹시 저의 책과 어울리는 이벤트나, 협업을 바라시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문의하세요. 그리고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신다면 살펴봐 주세요. 혹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고르실 때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을 카트에 담아 주신다면, 저는 힘내서 다음 작품을 쓸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작가를 작품으로 응원해 주세요. 그 사람이 신인이라면 더욱더.

더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게. 그런 작품을 쓰는 사람들이 유명 출판사에서, 상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해 주세요. 코로나 시대를 이겨나갈 수 있도록.

글을 씁니다. 작가와 독자는 함께 책을 만듭니다. 

그 의미가 한층 가깝게 다가오는 것.

그것이 코로나 시대에 책을 출간한다는 것. 그 의미는 아닐까 생각합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4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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