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에게.
다니던 헬스장을 옮겼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이클의 페달이 망가진 걸 3개월 간 고치지 않았거든요. 사이클을 잘 타는 편이 아니지만, 계속 페달 하나가 덜렁덜렁 허공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꼴로 직접 고치다가, 결국 포기했죠. 그걸 계속 망가뜨린 사람은 왜 자신이 직접 헬스장에 고쳐 달라고 말하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어차피 누군가 고쳐 놓으니 별로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걸까요. 어차피 계약기간 끝난 거, 다른 데로 옮기자 하는 심정이 되더라고요.
헬스장에는 빌런이 있습니다. 아주 다양한 유형의 빌런이.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계속 수건이나 짐을 올려놓거나, 끊임없이 괴성을 지르는 사람은 하도 많이 봐서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하는 내내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노래를 듣는 사람도 있습니다. 헬스장에서도 으레 음악을 트니깐, 노래 두 개가 약간 뽕짝 메들리처럼 합쳐집니다. 저 사람은 왠지 지하철에서도 이어폰 안 끼고 동영상 볼 것 같다... 는 생각을 합니다. 담배 냄새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었습니다. 운동하다가 담배냄새나는 사람이 옆에 오면 아주 빠르게 세트를 마무리짓게 됩니다. 그냥 피해도 될 텐데, 하던 건 끝내야만 하는 게 세트에 길들여진 자의 슬픈 습관인 거지요.
옮긴 헬스장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러닝머신에 인클라인 기능이 없고(어째서?!?!?!) 평행바가 없어서 평행바 레그레이즈를 할 수 없다는 것(대체 왜!??! 심지어 철봉도 없다) 맨몸운동을 할 공간이 거의 없어서 워킹런지를 할 때면 기구와 기구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야만 합니다만, 그것 이외에는 무난한 편입니다. 할인과 단백질바 2박스에 혹해서 일 년 계약을 해 버렸기 때문에 무난하다고 자기 암시를 걸어야만 합니다.
그래도 천국의 계단이 세 대나 있는 건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