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지 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Jan 28. 2024

0122-0128 편지 주기(週記)



지난주의 나에게.

엉킨 일정으로 각각 다른 원고의 초고와 퇴고와 검토가 겹친 한 주였습니다.  초고는 공책에 씁니다만, 퇴고와 검토는 일단 컴퓨터로 작업합니다. 하루에 써야 하는 초고를 끝낸 후 퇴고를 하다 보니 퇴고와 검토는 자연스럽게 퇴근 후, 저녁 시간에 하게 되었지요. 저녁 열 시에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방의 외풍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겨울이 끝나기 전에 내가 끝날 수 있겠다고.


방이 춥습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들면 히터를 돌려도 어쩔 수 없이 춥습니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있으면 더욱 춥습니다. 방의 가구 구조가 잘못된 탓이 큽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거실에 책장이 있었습니다. 비록 회사까지 왕복 네 시간을 자랑하는 머나먼 곳에 위치한 집이었지만, 그 책장만은 신의 선물이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책을 모두 가지런히, 예쁘게 꽃을 수 있었거든요. 


이사가 결정되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저 책을 어떻게 방에 다 집어넣을 것인가, 였습니다. 상당량의 책을 버리고 팔고 난리를 쳤죠. 삼분의 일쯤으로 줄인 뒤에 이제는 책을 살 때 되도록 신중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곤 테트리스를 시전 했죠. 좁은 방에 책상 두 개와 책장 세 개와 침대 하나를 넣는 일은 그야말로 테트리스였습니다. 그 결과 바깥 창 바로 앞에 컴퓨터 책상이 위치하는 기이한 구조가 탄생했습니다. 책상과 창문 사이에 사람 한 명 간신히 들어갈 틈만 둔 결과 여름에는 햇빛이 일직선! 겨울에는 외풍이 솔솔!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창문을 열 수가 없다!라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책장을 다 밀어 넣었다는 사실에 무척 뿌듯했었죠. 


과거로 돌아가면 그때의 내게 말할 겁니다. 너는 앞으로도 책을 살 것이며 (안 살 리가 없잖아..?) 책장은 어차피 부족해지니 모든 책을 꽃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쌓으라고. 일찌감치 트레이를 사서 거기에 쌓고, 책장 하나를 뺀 뒤에 컴퓨터 책상을 뒤로 빼라고. 아니면 차라리 컴퓨터 책상 앞을 책장으로 막아 버리라고. 그렇지 않으면 여름은 그렇다 쳐도(더위는 많이 안 타니깐) 겨울 때마다 죽여줘를 외치며 작업을 하게 될 거라고. 

지금의 목표는 여름 전까지 방의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겁니다. 한 일주일쯤 걸리지 않을까요. 부디 언젠가, 일주일의 연휴가 생겨서 가구를 바꿀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다음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요.


퇴고와 검토는 무사히 마쳤습니다. 좋은 책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129-0204 편지 주기(週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