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나에게.
친구에게서 선물로 커피 젤리를 받았습니다. 친구가 일본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이 친구와는 언제나 함께 일본에 가자,라고 말하지만 정작 함께 간 적이 없습니다. 서로 여행 취향이 다른 걸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 친구가 좋습니다. 상대방에게 맞추어 주는 데에 익숙한 나의 취향을 살펴보고, 그것이 자신의 취향과 다름을 인정해 준 몇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서로의 취향을 절충해서 한 번은 함께 여행을 가 볼 계획입니다. 만약 도쿄에 함께 가게 된다면 친구는 시부야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는 우에노 공원을 어슬렁거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서 꼭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아도 되는 게,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친구 사이의 장점이죠.
커피 젤리는 무척 좋아하는 군것질 거리입니다만, 파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이전에 공차에서 잠깐 메뉴로 등장했었는데 뭐랄까. 너무 달고 커피젤리 같지 않은 그 식감이... 미묘했습니다. 그렇게 느낀 게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금세 메뉴에서 사라졌지요.
내가 좋아하는 커피젤리는 아예 흐물흐물한 쪽보다는 탄력이 있는 쪽입니다. 크림을 얹지 않고, 그냥 먹는 게 좋습니다. 카페에서 커피젤리를 주문할 때마다 위에 얹어져 나오는 생크림이 어찌나 싫던지.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라 오직 커피 젤리뿐이라고 외치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보통 주문할 때에 크림을 빼 달라고 합니다.
이 취향의 근원은 선물을 준 친구인데, 내가 처음 먹었던 커피젤리가 이 친구의 수제이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걸 만들어 주겠다고 한참이나 무언가를 덜그럭거리더니 냉장고에 커다란 그릇을 넣어두고 갔습니다. 다음날 굳으면 퍼먹으라는 말과 함께. 그게 커피젤리였습니다. 커다란 그릇에 가득한 검은 젤리를 퍼먹는 쾌감이란. 푸딩을 시리얼 그릇 한가득 먹어보고 싶다는 꿈을 꿨던 사람은 내 기분이 어땠는지 상상 가능할 겁니다. 친구가 내게 해 주었던 요리는 커피 젤리만이 아닙니다. 양배추 롤과 크림 스튜, 두부탕. 그것들의 맛도 내 취향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겁니다.
선물 받은 킨조 젤리는 무척이나 취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