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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Sep 08. 2024

0902-0908 편지 주기(週記)



지난주의 나에게.


노란 상사화를 봤습니다. 강연 때문에 영광에 갔다가, 불갑사에 들렸거든요. 상사화 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더군요. 상사화 축제! 이때까지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봤고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상사화는 온통 붉은색이었는데, 불갑사에 핀 상사화는 색이 다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노란 상사화였습니다. 붉은 상사화가 강렬하다면, 노란 상사화는 어쩐지 귀엽습니다. 노랑이 가진 이미지 때문일까요. 나에게 노랑은 유치원 버스의 색입니다. 매일 출근을 할 때마다 보는 버스. 어쩌면 미디어가 부여한 색의 이미지를 착실히 따라가고 있는 셈입니다.


아마 다른 사람은 노랑을 보면 다른 것을 떠올리겠죠. 사람마다 색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사회와 미디어가 부여한 색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파랑이 여름과 바다의 색이 아닌, 절망과 죽음의 색일 수가 있는 거죠. 그러한 경험의 분리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나 독자적인 존재로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공유하는 또 다른 타인을 찾아,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그것이 예술의 한 형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산모기에 물어뜯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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