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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지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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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10시간전

1216-1222 편지 주기(週記)



지난주의 나에게.


강연을 하러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뭘 먹을까 하다 미디어가 이끄는 대로 이재모 피자에 가기로 결정. 아침 열 시에 본점으로 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동조화 현상. 이재모 크러스트와 샐러드, 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크러스트는 도우의 가장자리를 치즈와 햄, 혹은 반반으로 선택할 수 있더군요.


그러니깐 그건 매우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습니다. 도우가 기름에 쩔거나 타지 않고 소스와 재료가 잘 어우러진, 신선한 치즈가 맛있는 그런 피자.  소스가 엄청 특별하거나 한 입 먹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김치볶음밥도, 샐러드도 마찬가지였지요. 과연 이게 부산에 여행을 와서 꼭 먹어야 하는 맛인가,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평범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음날이 되자 그 평범한 맛이 생각나더라고요. 왜일까 일행과 대화를 나누다가 알았습니다. 그렇게 기본에 충실한, '가게 특제 소스'란 문구로 뒤범벅되지 않은 맛이 무척 오랜만이었다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특별함이 부족한 기본을 뒤덮는 마법의 단어로 변했나 싶습니다.


예를 들면 그런 것. 빵은 맛이 없는데 부재료인 크림에 온갖 재료를 섞어 넣고 파는, 보기에 화려하고 한 입 먹으면 자극적이라 맛있지만 반 개를 먹기도 전에 물리는 그런 맛. 최악은 그런 맛에 익숙해져서 진짜 맛있는 '빵' 자체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기본에 충실한 날들이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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