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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Dec 05. 2020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문제다"

[차 임상심리사의 "나를 돌아보는" 상담소]-사람과 문제를 분리하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누가 살인을 했다. 살인이라는 죄는 미워하되 그 살인자는 미워하지 말자. 누가 나를 괴롭힌다. 나를 괴롭히는 건 잘못됐지만 그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할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은 죄와 사람을 구분하자는 얘기다. 이걸 우리 자신의 문제나 걱정거리에 대입시켜 보자. '나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 '나는 누구 때문에 힘들다.', '나는 우울한 사람이다.', '나는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성격 때문에 힘들다.', '일이 많아서 걱정이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해서 걱정이다.'


살다 보면 참 고민거리가 많다. 이 세상에 고민과 걱정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걱정거리가 생기면 온통 신경이 거기에 쏠리면서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늘 생기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의도적으로 문제와 나 자신을 분리하려는 노력을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문제의 '외재화(externalization)'라고 한다. 쉽게 말해 문제와 사람을 분리하고 소위 '문제'라는 것을 자신의 밖에 두고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 '문제'가, 정확히는 '문제'라고 규정한 그 '문제'로 인해서 생기는 사고와 느낌,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분리하는 것이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문제다. 

'문제'라고 느끼는 '문제'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겠지만, 의도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나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 => "아, 나는 '나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무언가'에 대해서 이름을 붙여 보자.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면 더욱 좋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 두더지"라고 해보자. 그리고 이렇게 말해보자. "'대인관계 두더지'라는 놈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물론 '대인관계 두더지'라는 문제는 내가 아닌 나와는 다른 별개의 존재이다. '대인관계 문제'를 '나'와 분리하는 것이다. 물론, 대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내가 노력하고 바꿔야 할 부분도 없지 않겠지만, 처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그 문제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제를 나와 분리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 때문에 힘들어요" => "그 사람은 이런저런 행동과 말을 해요, 그 사람과 이런저런 상황이 있었어요"(문제의 외재화) =>  내가 힘든 것이 정말 그 사람"때문"인 걸까?를 생각해 본다.

"나는 우울한 사람이다" => "나는 우울한 감정이 든다"(외재화) "그 감정으로 내 생활이 어떻게 되었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힘들어요." => "'남의 부탁은 가급적 들어주는 게 좋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 때가 있어요" =>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게 좋다'는 자신의 생각(외재화)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갖는다.

"일이 많아서 걱정이다" =>  "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외재화), "일이 정말 많은 걸까? 그 일이 모두 내가 꼭 해야 할 일인가?"

"아이가 공부를 안 해서 걱정이다" =>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것이 맞나?", "어느 정도면 내가 걱정을 안 할 정도로 공부를 하는 것일까?", "공부를 안 하면 왜 걱정이지? 공부를 안 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 생각은 과연 합리적인가?"


그 생각은 과연 합리적인가?

물론 이 '문제의 외재화'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걱정이나 고민이 있을 때 한 발작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문제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보기 위해 필자는 평소 '1분 명상(16 호흡법)'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간단하지만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실천하고 있는 '1분 명상법'은 필자가 나름대로 개발한 방법인데 추후 별도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선생님, 제 심리검사 결과는 어때요?, 무슨 애정 결핍 같은 건가요?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뭐 그런 거? ㅋ"

"털어놓고 싶니"

"아뇨"

"이 심리검사 결과? 이건 그냥 쓰레기야"

"...."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의 잘못이 아니라구"

"알아요"

"내 눈을 똑바로 보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안다구요"

"아니, 넌 몰라. 너의 잘못이 아니야"

"알았으니까, 자꾸 성질나게 하지 마요"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영화 <굿 윌 헌팅> 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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