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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Oct 26. 2020

"삶이 끝날까 봐 두렵다구요?"

[차 임상심리사의 "나를 돌아보는" 상담소] / 불안1

삶이 끝날까 봐 두렵다구요? 죽음이, 죽는다는 게 두렵다구요?


저도 죽는 게 무섭고 두렵습니다.

근데,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대요.


"인생이 끝날까 두려워하지 마라. 당신의 인생이 시작조차 하지 않을 수 있음을 두려워하라" (그레이스 한센)  

"Don't be afraid your life will end; be afraid that it will never begin" (Grace Hansen) 


그냥 태어나서 시작된 인생 말고, 제대로 된 인생을 시작하기는 했니?


그러고 보니 저도 태어난지는 00년이 지나긴 했는데...막상 저 질문을 받으니 제 인생이 시작은 하기나 한 건지 갑자기 의구심이 드네요. 인생이 언제 끝날지 걱정하지 말고...시작이나 제대로 했는지 걱정하라는 얘기잖아요?. 즉, 생물학적으로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네가 생각하는 너만의 삶을 살고 있느냐는 질문인 거죠... 질문이 '살벌'하게 잔인하네요.....ㅎ


그러고 보니 인생의 '끝', 그러니까 죽음은 어차피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긴 한데..(물론 그래서 불안하고 걱정하는 거지만...)

걱정을 하는 동안은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걱정하는 게 유용하다고 믿게 됩니다. 그러다가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합니다.
원래 불안이라는 건 위험에 대한 경계경보죠. 정상적인 불안은 능률과 효율을 높여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해서 삶에 꼭 필요한 정서이기도 합니다. 위험이 닥쳤는데도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면('경보'가 울리지 않는다면) 제대로 그 위험에 대처할 수 없게 되겠죠. 예를 들면, 눈 앞에 맹견이 나타나면 경계하고 도망칠 준비를 해야 할 거고, 시험이 다가오면 걱정이 돼서 공부를 하게 될 거고 발표를 하기 전에는 긴장이 되면서 발표 준비에만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병리적 불안은 정상적 불안과 달리 경보가 오작동하는 걸 말합니다. 지나친 걱정을 하게 됩니다. 걱정을 하는 동안은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걱정하는 게 유용하다고 믿게 됩니다. 그러다가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합니다. 뭔가를 회피하게 됩니다. 그 걱정 때문에 뭔가 다르게 행동합니다.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합니다. 다른 일상생활에 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아무튼 '시작'은 '끝' 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달린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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