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림> 사랑에 작별을 고한 적이 있나요

2024. 10. 19 첫 번째 감상

by UJUU


로봇 드림 (2023)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개봉하기 전부터 감독이나 출연진을 이유로 꼭 보아야겠다고 벼르고 있는 영화도 있고,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큰 여운을 남기고 가는 이야기도 있다.

몇 달 전부터 나에게 인생 영화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친구의 나 인생 영화 찾았어!라는 말에 선물같이 다가온 영화, 로봇 드림의 이야기다.


앞으로 무언가를 추억할 때는 September을 듣도록 하자




1. 목소리 없는 이야기


영화가 시작하고 몇 분 뒤에 어라, 이 영화 말이 한 마디도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 그 예측은 실제가 되었다. 대신 영화의 메인 테마인 September의 도입 가사인 "Do you remember?"이라는 문장만 관객들의 귓가에 남을 뿐이다.

대사가 오가지 않아도, 로봇은 떴다 감았다만 할 수 있는 눈과 입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함께 스케이트를 타던 순간에, 처음으로 손을 잡던 순간에 얼마나 큰 감정이 오가는지 알 수 있다.



2. 등장인물들의 이름


주인공인 개 캐릭터는 Dog, 주인공 아래 집에 사는 닭은 Chicken, 주인공이 만나는 친구는 Duck, 로봇은 Robot. 어찌 보면 성의 없을 만큼 단순한 대명사들이다.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런 대명사화를 통해 도그와 로봇은 특정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무언가에 정을 주고야 만.

영화의 도입부에서 도그가 혼자서 게임을 하고 밥을 차려 먹고 TV를 트는 모든 순간에서 나 스스로나 내 주변 누군가의 혼자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자연스러운 공감의 수순이다.



3. Do you remember?


실은 보면서, 도그가 포스트잇에 해수욕장 개장 날짜를 작성하여 붙이는 순간부터 로봇을 잊는 거 아냐?라는 의심이 내 안에서 자라나기 시작했고, 계속 모두를 의심했다. 로봇을 만난 라스칼도 물론이다. 라스칼의 선함을 보여주는 사탕을 주는 장면에서도 계속 수상한데... 를 되뇌었다. 그럼에도 도그는 로봇을 잊지 않고 찾으러 갔다. 로봇도 당연히 도그를 잊지 않았다.



4. 꿈


로봇은 계속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에는 늘 도그가 등장한다.



0. 사랑을 떠나보내지 못한 이에게


이 영화는 누군가에 대한 정을 마음에 넣어 본 사람이라면, 이별을 상상해 보았거나 실제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줄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느꼈다.

특히 로봇처럼 아직 함께한 추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로봇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것이다. 과연 나는 저 로봇처럼 성숙하게,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며 보내줄 수 있을까.

물론 그 과정에는 도그의 곁을 지키는 새로운 로봇과, 로봇과 새로운 추억을 쌓아갈 라스칼이 존재한다. 하지만 로봇을 찾아 헤매던 도그의 상황, 혹은 변명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로봇은 그저 Do you remember, 하는 물음과 함께 행복을 바랄 뿐이다.

혹시나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떠올리면 조금은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100분가량의 시간 동안 내가 마음을 준 로봇이 나에게 전해 주는 이야기가 그것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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