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민했다.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할까… 말까…
그치만 나를 위해 기록하기로 했다.
내 앞 할머니는 보호사들이 치매라고 할 정도로 요즘들어 동문서답을 잘하시고, 낮에는 주무시고, 밤에는 섬망으로 힘들어하신다. 평소에는 순둥이 같으시다가 섬망으로 힘들어하실 땐 가끔 거친 표현을 쓰기도 하신다.
며칠 전 어떤 보호사의 ‘치매라 아무 생각없이’라는 말에 솔직히 화가 좀 났다. 그분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보호사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하고 짜증을 내버린 날 밤이었다.
다들 동문서답하는, 밥 먹으면서 주무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키득키득(물론 악의는 없었을 수 있다.) 웃곤 했다. 문득 나는 그런 할머니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할머니… 혹시 이렇게 주무시다가 천사 만나봤어요?’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 그렇다고 하셨다. 천사한테 언제 데리러 올 건지 물어봤냐고 했더니 언제 가는지는 안 알려준다고 하면서 더 살다오라고 하셨단다.
‘할머니… 나는 이렇게 아픈데 왜 안 죽어요?’라고 물었더니 젊은 사람이 너무 안되었다고… 근데 아프다고 죽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일상 대화처럼 말씀하셨다. 그래서 조금씩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할머니… 죽는 거 안 무서워요?
것보단 사람이 왜 이렇게 허무한가…햐
할머니… 왜 안 떠나고 계세요? 아들 남편 때문에?
내 인생인데 (내 맘대로) 내가 못 가잖아…
할머니…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요?
가슴이 해주는 이야기…여…
(거기) 보믄 (항상) 자유로운거 같어…
할머니… 이렇게 힘들 땐 무슨 생각을 해요?
당연히 좋은 생각을 혀야지…
할머니… 좋은 생각 안될 땐 어떻게 해요?
계속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혀.
할머니… 왜 안자요?
글쎄… 잠이 안 오네…
할머니… 오늘 너무 고마워요…
꿈에라도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거여. 그렇게 무심할 순 없어…
믿기지 않지만, 모두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 할머니지만, 나는 그냥 내가 경험한 진실을 쓰기로 했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만, 그저 의아해하는 주변분들에게 진짜라고 강조하진 않기로 했다.
며칠 뒤 ‘또 먹으면서 잔다’고 사람들이 할머니를 놀리는 게 싫었던 나는, 바보처럼 취급하며 모든 잘못을 할머니에게 돌리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본 나는, 할머니께 츄파츕스 막대 사탕을 선물했다. (할머니께서 사탕을 좋아하신다.) 사탕을 잡고 한참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시던 할머니…
할머니… 제가 드린 사탕 무슨 맛인 줄 아시겠어요?
라고 물었다.
꽃향기…
? 너무 놀라워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보통 츄파춥스 사탕은 과일맛이 많고, 이번에 내가 구입한 건 특별 한정 벚꽃향 사탕이었다. 할머니는 정확하고 분명하게 ‘꽃향기’라고 하셨다.
할머니와 나눈 비밀 이야기가 더 있긴 하지만,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할머니… 어쩌면 내 마음에도 할머니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을지 몰라요…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나한테 잘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