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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Feb 06. 2021

freegarden의 뜻이 궁금한 당신께,

0205

머무르는 공간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다. 열심히 살다 지치면, 아름다운 공간에서 에너지를 얻고 회복하니까. 물론 아름다움 그 자체만으로 선택의 이유가 된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총 네 군데 기숙사에서 머물렀다. 그중 한 곳으로 런던에 하나밖에 없는 유서 깊은 기숙사에 선발되었고 그 기숙사의 Registrar's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기숙사에 입학하기 위해선 그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해야 했다. 기숙사의 역사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꼼꼼하게 설명하던 매니저가 알려줬다. 영국에서는 park와 garden을 다른 개념으로 쓴다는 것을.


Park는 말 그대로 공원. 모든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매일 오가는 곳이다. 누구나 샌드위치 같은 것을 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다. 일반적으로 아침 일찍 문이 열리고, 저녁이 되면 닫힌다. 하절기 동절기에 따라 그 시간은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공간이다 보니 청결하지 못한 경우도 많고, 해가 졌으나 문이 닫히지 않은 때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park


Garden은 개인이나 특정 단체에 소속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주인이나 관리자들은 정성으로 정원을 관리한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작고 예쁜 정원의 꽃들로 사람들이 미소 짓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큰 정원의 경우 자물쇠가 채워져 있거나 높은 나무로 둘러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금연이다. 이런 정원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그 단체에 속한 멤버들의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참여한 멤버들이 책임을 진다.  


내가 살던 기숙사에도 그러한 정원이 있었다. 그 정원을 이용할 기회가 좀체 없었는데, 남아공에서 온 친구, 콜롬비아에서 온 친구와 친해져 그들의 BBQ 파티에 초대받아 들어갈 기회를 얻었다. 늘 바빴던 나는, 높은 나무로 둘러 쌓여 대부분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그 공간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자물쇠가 열리고 BBQ 비품을 잔뜩 들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내 입은 어느새 ‘우와~’하고 있었고 무거운 BBQ 용품을 든 양팔에 힘이 쑥 빠졌다.


garden


그때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열려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하면 공원처럼 방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매일 정성을 다해 그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노고를 존중하는 사람들, 자연과 생명체를 사랑하는 품위 있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이용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예의 있는 우리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정성으로 관리된 아름다운 정원을 상상했다. 그래서 나의 아이디는 free + garden 가 되었다.

*free (a) 자유로운

*garden (n) 정원


정성으로 가꾼 나의 글 공간에서 자유롭게 머무르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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