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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온 책을 안아보았다. 책을 펴서 속지에 얼굴을 비벼 보았다. 책 향기도 맡아보았다. 책 속에 연결되는 만화 그림이라도 있는 듯이 엄지로 책깃을 따라 드르륵 거리며 책 바람도 맞아보았다. 아이처럼 좋았다. 마음으로는 계속 노래를 불렀다. “테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조켄네~에 정말 조켄네~에. 서점책속에 내가 나왔으니 정말 조오타~아 정말 조~오~타~아.”
처음이라는 그 특별함.
어째도 넌 이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거라는
그 무언의 약속.
난생처음 책을 내보겠다고 새벽마다 글을 쓰면서 사실 말없이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힘들다고 말하면, 다들 여기까지 한 것만도 수고했다며 그만 해도 된다고 할까 봐...
아무 말도 못 했다.
안다. 부족한 거. 그리고 안다. 부족한 부분을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희생으로 채워주신 것.
누군가는 자신의 순서를 양보해주셨고,
편집장은 내가 문득 연락 안 될까 봐 매일 연락할 때마다 걱정했을 거고,
누군가는 맨날 울면서 안 우는 척하는 우리 편집장의 마음을 보듬어 주시고, 기댈 언덕이 되어 주셨다.
새벽 4시에 함께 깨어 포스트 잍으로 카톡으로 응원해주시는 작가님도 계셨고,
자신의 SNS에 조용히 응원해주신 작가님도 계셨다. 한참 뒤에 글 쓴 과거의 작가님을 만나 감사함에 먹먹했다.
글자, 책 디자인에 17.7pt, 7mm 등의 응원과 기원을 불어넣어 주신 디자이너님도 계셨다.
책이 나오고는 자신의 지인들에게 책을 권해주는 벗들도 있고,
블로그, 페이스북에 글 남겨주는 벗들도 있고,
정성스러운 독후감 리뷰 써서 보내주는 벗들도 있고,
아프리카, 미국에서 여러 사이트를 통해 책 주문해주는 벗들도 있고,
나 서점에 못 간다고 대신 일곱 곳이나 사진 찍어와서 PPT 만들어준 벗도 있다.
평소 나는 나에게 사랑을 건네는 이들에게도 떼썼다. 내가 갚을 수 없는 건 주지 말라고. 부담이라며 잘난 척을 해댔다. 그간 내 마음 편하자고, 여러 마음 불편하게 했다.
근데 이번엔 그냥 ‘사랑’ 받아 버렸다. 엄마가 그랬다. 서로 주고받는 게 다 끝나야 끝나는 게 삶이라고. 그래 그냥 받자. 그리고 갚자. 다 갚을 때까지 살자.
그렇게 앞으로 같이 행복하게 ‘눈누난나~’ 하고 싶다. 진짜 이번에는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진짜 완전 정말 간절하게.
주신 사랑 알뜰하게 이자도 얹어서 돌려드리고 싶어요.
약속 쉽게 하는 거 아니랬는 데, 약속하고 싶어요.
기다리바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