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비움"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정리되지 않은 생활이 싫어서였다. 집 안에 가득 찬 물건들이 지저분한 내 마음 같아서 싫었다. 정리되지 않고 제자리라는 의미도 없이 쌓여만 가는 물건들처럼 갈피를 못 잡는 마음의 조각들이 싫었다. 여름에 사용하던 선풍기를 사용하지 않는 계절이 되면, 들어갈 선풍기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베란다의 어느 곳을 비워야 한다. 베란다에 있던 그 물건은 세탁실로 옮겨져야 한다. 물건 하나를 정리하려면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딱딱 아귀가 맞도록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물건들을 허물어뜨리고 다시 넓이와 부피를 계산해서 마주 쌓아야 했다.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다. 마음의 빈틈이 없어서 내 주변을 돌아보지 않은 건지, 내 주변에 소홀해지면서 마음의 나태함이 자리를 잡은 건지. 둘의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비움’의 시작이었다. 나의 비움은 물건의 정리와 함께 마음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다. 관련 책을 읽고, 블로그 글을 보면서 무작정 따라 하기도, 선망하기도, 꾸준히 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늘 옷장을 정리했다. 나한테 제일 없는 것이 옷이요, 사계절 옷이 20벌로 안될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유행은 몰랐으며 나 자신을 챙기면서 살지 않았다. 제일 없는 것이 물건에 대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사치와는 거리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너하고 싶은 건 다하고 살지 않았냐?”라고 하는 말을 할 때면 너무 억울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건, 전혀 못하고 살았는데 말이다. 행복한 적이 없었는데.
우선 가을/겨울에 입을 옷을 빼고, 여름에 교복처럼 입고 세탁을 많이 해서 색이 바랜 옷, 나중에 다시 입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챙겨두었던 작은 치수의 옷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동생이 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 한 번도 입지 않은 옷과 가려움증 때문에 도저히 입을 수 없는 니트도 버리기로 했다. 이렇게 모아진 옷이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20벌) 옷의 2배가 넘는다는 것에 놀라고, 미련이 남아 정리하지 못한 옷들이 이만큼 더 있다는 것에... 내가 뭔가 잘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물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사람들의‘네가 사고 싶은 거',‘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살지 않았냐는 말이 일리가 있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일도 아니었구나. 내가 실제의 나를 전혀 모르고 살았다. 정리되지 못한 내 마음이 주변을 어지럽힌 것은 물론이고, 나를 주변을 바라보는 눈까지 흐리게 만들었나 보다.
나의 미니멀 라이프의 대상은 '마음'이었나 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너무 오래 방치해둬서 엉켜져 있는 마음을 정리하고 비우는 것은 쉽게 되는 않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주변의 정리, 물건의 비움부터 시작한다. 분명 웃장 안의 옷을 비웠는데, 옷장을 닫고 나니 옷장 문이 깨끗해 보인다는 착각이 들었다.‘깨끗해 보인다는 착각’은 마음의 영역일 것이다. 그 착각은 기분은 좋게 만들었다. 그 기분 좋음은 마음의 편안함과 여유를 가져왔다. 나의 '비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